[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전반기 내내 '건전재정'을 키워드로 해서 정부 예산을 운용·관리해왔지만, 임기 후반기 들어서 내년 초를 기점으로 '재정 확대'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가 아직 표면적으로 내세운건 '건전재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는 흔들림 없는 건전재정 기조 아래,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치열하게 고민해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했다"며 "단순히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뜻이 아니라 느슨했던 부분, 불필요한 낭비는 과감히 줄이고 민생 회복과 미래 준비라는 국가 본연의 역할에 제대로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8월 27일 내년도 정부 예산(총지출)을 올해 대비 3.2% 늘어난 677조 4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저인 올해 지출 증가율(2.8%)보다 상향 조정했지만 증가폭을 2년 연속 3% 안팎으로 묶었다. 긴축 재정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무리하게 정부 재정 적자를 늘리기보다 지출 증가율을 낮추자는 방향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국무회의에서 "건전재정은 우리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내년 예산안에도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위한 정부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을 담았다"고 전했다.
|
|
|
▲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대통령실 확대회의실에서 열린 대외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안보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4.11.10 /사진=대통령실 제공 |
관건은 두가지로 나뉜다. 정부지출 최소화와 세수 펑크 관리다.
우선 예산 구조조정 등 정부지출 확대를 최소화해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국회의 감액·증액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날지에 따라 정해진다.
현재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가 여야 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국회 17개 상임위 중 소관부처 예산안을 전체 또는 일부 의결한 14개 상임위의 예비심사 결과를 분석해 보면, 증액·감액 의견을 종합한 순증액 규모는 14조 125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677조원 4000억원 규모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예비심사를 거치면서 14조원 넘게 불어난 것이다. 정부지출 최소화의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세수결손, '세수 펑크'는 더 심각하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1년과 2022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대응한 피해 지원을 위해 1년에 2차례씩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는데, 당시 초과 세수 상황이라 남는 세수를 추경의 재원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처한 현 상황은 정반대다. 지난 2023년 56조 4000억원의 세수 결손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 세수 결손은 29조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직 정부 경제팀은 '경기 부양을 위한 인위적 추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가 심각해 소득 양극화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추경의 경우, 박근혜 정부는 총 3회에 걸쳐 40조 2000억원을 편성했고 문재인 정부는 총 10회에 걸쳐 143조 1000억원을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는 1회만 했지만 39조원을 편성해 박근혜 정부 전체 추경 규모와 맞먹는다.
국회의 순증액이 14조 원을 넘겼고, 반면 세수 펑크는 29조 원에 달해 앞뒤로 꽉 막힌 형국이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트럼프 신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돼 수출 여건 또한 악화될 전망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윤 대통령의 복안은 무엇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