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진현우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기업구조 및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총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은 일종의 '당근책'으로 기업이 요구하고 있는 '배임죄 완화' 등을 내놓았는데 향후 양측 사이 입장 차이가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19일 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인 이정문 의원의 대표발의로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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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1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2./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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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고 대규모 상장회사의 이사 선임과정에서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한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도록 했는데 의사결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상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재계는 강력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대기업 사장단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해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 다운(가치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할 경우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우려한다. 신기술 개발 등으로 기업이 불가피하게 적자를 거둔 경우 주주가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배임죄'를 들어 소송이 잇달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예를 들자면 지난 1983년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를 시작했는데 1987년까지 누적 적자가 1400억원이었다"며 "지금 상황상법 개정 추진)으로 보면 주주들이 반대하고 배임죄뿐만 아니라 손해배상 소송까지 어마어마한 소송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반발에 부딪힌 민주당은 이날 오전 재계와 개인투자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상법 개정을 위한 정책 디베이트(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재계 반대의) 한편으로 개인투자자들이나 소액투자자들은 신속한 상법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합병, 2021년 LG화학 물적분할, 올해 SK이노베이션 합병, 두산밥캣 포괄식 주식 교환 등의 사례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실질적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지배경영권 남용으로 인한 주식시장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국민 여론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다툴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토론을 통해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혹은 쌍방 주장을 통합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를 수 있을지 토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양측간 공개토론 이후 상법 개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진성준 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개토론을 치열하게 하고 거기서 나온 공통점과 차이점을 잘 가리고 합리적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는 프로세스(과정)을 거치고자 한다"고 정책 디베이트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기업이 '경영상의 판단'일 경우 배임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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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자료사진)/사진=한국경제인협회 |
진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형법에 업무상 배임죄가 규정되어 있고 상법에도 특별배임죄가 규정되어 있다"며 "이 두 법안 내 배임죄 구성요건을 강화하거나 '경영상의 판단을 면책한다'는 조항을 추가하거나 하는 문제들을 검토하면서 성안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개인투자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주주 입장에서도 경영진의 입장을 고려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제는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정치는 어떻게 보면 '수싸움'이라 볼 수 있는데 재계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다"며 "최근 자신을 사법리스크로 악화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우클릭'을 시도하면서도 동시에 소시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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