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거듭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등을 관할하는 이사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의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거론하며 이사회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은행 내부의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문화'가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집중하게 만드는가 하면,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금융사고를 일으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사회가 은행의 종횡을 감시해야 하는 만큼, 본연의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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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금융사고가 거듭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등을 관할하는 이사회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지주의 경영관리상 취약점을 거론하며 이사회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
금융감독원은 28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이 원장 주재로 '은행지주 이사회의장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금감원에서는 이 원장 외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김형순 은행검사1국장 등이 자리했다. 은행지주에서는 권선주 KB금융지주 의장,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의장, 이정원 하나금융지주 의장,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의장, 이종백 NH농협금융지주 의장, 최경수 BNK금융지주 의장, 최용호 DGB금융지주 의장, 유관우 JB금융지주 의장 등이 자리했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권의 문제점으로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문화 △이사회 기능 △온정적 조직문화 등을 강하게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이 고객 자산관리 및 자산운용 등 측면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보다는,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데 집중해 온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고객보호,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 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대외적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는 단기성과에 치중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과거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은행들이 큰 홍역을 치렀음에도 불구, 취약계층에게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까닭이다. 높은 수수료이익 확보에 눈이 멀어 대(對) 소비자 상품확인절차 등을 소홀히 하는 등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최근 이자장사의 대표 문제점으로 거론된 부동산, 담보·보증서 대출 위주의 여신운용도 대표 사례로 꼽혔다.
당국은 이 같은 사례가 반복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기능이 약화되고 이익규모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 이행도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이어 이 원장은 "해외진출, 자회사 인수 등 은행지주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업무집행 과정에서 이사회의 감독기능이 미흡하게 작동될 경우, 회사의 리스크관리·내부통제 기능이 형식화되고 경영진 권한집중 및 단기실적 위주의 경영관행이 공고화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작년부터 지속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취지에 맞춰 경영진에 대한 감시·견제 강화라는 이사회 본연의 기능이 강화될 수 있도록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온정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금융회사 내에 온정주의적 조직문화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구성원의 윤리의식 저하로 인해 금융사고를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반복되는 위규행위에 대한 징계 강화, 귀책 직원에 대한 엄정한 양정기준 적용 등 준법·신상필벌 강조의 조직문화가 확립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큰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새해 은행권이 당면한 현안을 거론하며 사전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우선 내년도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내년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 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정책기대 변경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 등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도 그룹 경영계획 심의시 자회사들의 리스크 익스포져 관리, 조달·운용, 자본관리 계획의 적정성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 차원의 가계대출 취급계획이 명목 GDP 성장률 내에서 자회사 리스크·자본관리 계획을 고려해 수립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중기·소상공인 자금공급 여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은행 등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전했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우리금융·우리은행을 겨냥한 듯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실효적 작동을 위해 지주회장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총괄책임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은행권 여신 프로세스 개선사항의 안착, 임원 친인척 특혜대출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개선방안 마련 등에 대해서도 지주 차원에서 함께 고민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그는 상생금융·사회공헌을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내년에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이사회 의장들도 당국의 시각에 전반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의장들은 "미래지향적인 중장기 전략과 혁신노력 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보다 힘을 기울이겠다"며 "지배구조 최정점으로서 이사회가 은행지주의 건전하고 올바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감시·견제의 역할에도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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