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한기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이 7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해 해임 촉구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두고 ‘종북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기 위한 발 빠른 대응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단에게 긴급 메시지를 보냈고, 이날 오전 일찍 소집된 의총에서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문재인 대표 구하기에 나섰다. 고 이사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을 비판하면서 야당 의원들은 “변형된 정신병자” “공안 좀비” “국민적 수치” 등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정초 한 시민단체의 신년 하례회에서 문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있고,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최근 고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상태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국감을 빌미로 고 이사장을 공격한 논리는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표의 좌편향을 지적했으니 고 이사장은 우편향된 인물이고, 이런 편향된 인물에게 방송사 이사장을 맡길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우파 진영에서는 "고 이사장이 좌나 우의 편향된 시각을 말한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지적한 것일 뿐인데 야당이 오히려 발언을 빌미 삼아 '프레임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사퇴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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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은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사퇴를 종용받았다./사진=미디어펜 |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미디어펜'과의 전화 통화에서 “고 이사장이 우리 사회의 좌편향을 지적했다고 야당 의원들에 의해 우편향으로 몰리고 있는데, 오히려 고 이사장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옳고 그름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이 문재인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문 대표가 한미연합사 해체, 연방제 통일 적극 지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온 사실이 있기 때문으로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총장은 또 “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문 대표가 고소해 법적 다툼 중인데도 판결도 나기 전에 야당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것에서 오히려 광기를 느낀다”며 “오히려 제1 야당이 보여줘야 할 책임있는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 좌의 끝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념을 내세워 프레임 전쟁을 일삼기 일쑤이다. 일반적으로 좌우파의 특정한 절대적 위치를 규정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분단국가로서 좌파와 우파의 극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고 이사장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상황에서 한야당은 공산주의자로 몰린 대표 지키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오히려 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전 총장은 주장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날 의총에서는 한 의원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사회자가 “박수 좀 크게 쳐달라”고 유도하고, 발언 중 곳곳에서 “잘한다”며 추임새를 넣는 등 모처럼 단합돼 계파 간 대립 문제도 잠시 덮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의총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고 이사장에 대해 “60년 전통 야당을 비하한 것이다. 자신의 극우적 신념을 대다수 국민의 건전한 생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극우 극단 논조를 공영방송의 적임자로 놔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방위 간사 우상호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희한한 인사를 많이 봤지만 고 이사장은 가히 충격적”이라며 “그가 상임위에 출석해 쏟아낸 발언은 지난 광복 70주년 간 들었던 수많은 극우적 언동 중 가히 국보급”이라고 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저를 분노하게 한 것은 일생동안 용공으로 매도당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 한 것”이라며 “제가 기뻐해야 하나. 다분히 우리 당을 이간질 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설훈 의원은 고 이사장을 향해 “변형된 정신병자.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며 국민적 수치”라고 했고, 전병헌 최고위원은 “공안 좀비세력의 상징”, 노영민 의원은 “매카시즘 광풍이 연상된다”고 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의총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인사를 요직에 기용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고 이사장 발언 파문은 지난 2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국회 미방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받은 고 이사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야당 대표에 대해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