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신진주 기자] "롯데 경영권 분쟁에 대한 여진이 있거나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지난달 국감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 등으로 심려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이같이 단언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신 회장 승리로 끝난 뒤의 일이라 '롯데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8일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기자회견으로 새국면을 맞게 됐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롯데 후계자는 신동빈이 아닌 신동주"라고 강조하며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했다.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롯데홀딩스와 가장 밀접하게 얽혀있는 주주가 광윤사이며,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 전 부회장(50.0%)임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장남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 전 부회장 측 변호사는 한국롯데 지주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를 가진 광윤사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 지분이 신동빈 회장보다 많다는 점을 들어 "(신 전 부회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고 아무 정보를 안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부터 장남이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동빈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을 해임한 것"이라며 "최대의 경제적 지분을 가진 형을 경영에서 손 떼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회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왕자의 난(경영권 분쟁)이 끝났다고 한 것은 상당히 잘못된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서명과 직인이 찍힌 위임장을 공개했고, 이미 일본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 및 회장직 해임에 대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긴급 이사회 소집 절차에 흠결이 있기 때문에 이를 무효화하겠다는 것이다.

   
▲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공개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위임장 친필 서명 동영상 캡처

또 한국 법원에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신 총괄회장과 함께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 코퍼레이션의 고문 변호사는 "신동빈 체제의 롯데그룹은 경영 부실과 부정 특혜에 관해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면서 "그룹 전반에 대해 그간의 경영 상황을 정밀검사하고자 내부 경영 자료를 취합하는 법률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이후 그룹 안팎에서는 애써 잠잠해진 롯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다시 수면위로 오를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입장자료를 내고 "국민 여러분의 우려와 상심을 크게 샀던 경영권 분쟁 논란이 정리돼 가는 시점에 또 다른 걱정을 끼쳐드려 안타깝다"며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총괄회장을 자신들 주장의 수단으로 또 다시 내세우는 상황은 도를 넘은 지나친 행위"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이같은 소송전에도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한국·일본 롯데그룹 경영권 관련 사항은 상법상 절차에 따라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통해 적법하게 결정된 사안이므로 소송이 현재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윤사 지분구조상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광윤사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28%만 갖고 있어 현재의 일본 롯데홀딩스 및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이는 8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총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