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내년 4·13 총선의 선거구 획정 작업을 진행 중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9일 지역구 수 단일안 도출을 비롯한 선거구획정안 합의에 또다시 실패했다.
세부 선거구 획정 작업에 물리적으로 최소 닷새가량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회의가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시한(10월 13일) 준수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획정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이날 새벽 1시 20분까지 무려 11시간 넘게 '마라톤 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 작업의 '기본 요건'이라 할 수 있는 지역선거구 숫자와 권역별 의석수 배분, 인구 상·하한선 산정방식을 비롯한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을 두루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6일과 마찬가지로 이날 회의에서도 농어촌 감소 의석수 최소화를 위해서 현행법에 규정된 '자치 구·시·군 분할금지 원칙'의 예외를 허용할지를 놓고 게리맨더링 우려가 제기되면서 획정위원들 간에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획정위는 이날 회의 후 '획정안 합의 불발에 대한 입장' 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법정 제출기한을 준수하기 위해 인구산정 기준일을 결정하고 지역선거구수 범위에 합의하는 등 자체 획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농어촌 지역 배려 방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회의에서 지역구 수 '246'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다시한번 치밀하게 분석하고 논의했다"며 "자치 구·시·군 일부 분할의 예외 허용 여부도 지난 회의에 이어 논의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합의가 불발된 것은 영·호남 불균형, 인구 하한선을 상향 조정하는 데 따라 분구가 불가피해지는 선거구의 발생 문제 등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선거역사상 첫 독립기구'로 중앙선관위 산하에 설치된 획정위가 지난 7월 중순 출범한 이후 3개월 가까이 활동했는데도 이날까지 지역구 숫자를 비롯해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면서 획정위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획정위가 이처럼 공전을 거듭한 데에는 여야가 각자의 이해 득실 때문에 맞서면서 선거구획정의 '가이드라인' 격인 획정 기준을 넘겨주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년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장(뒷줄 오른쪽)이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악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김세환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획정위는 법정시한 준수는 사실상 어렵게 됐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획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계속 논의를 이어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획정위는 연휴 기간인 10일 오후 2시와 11일 오후 5시에 이틀 연속 전체회의를 열고 마지막 합의 도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또한 경계 및 구역 조정이 필요 없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실무작업을 병행해 합의 즉시 신속하게 획정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획정위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이 최종 확정돼야 해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