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빼돌렸다는 ‘허위제보’…의혹만을 바탕으로 수사의뢰한 서울시교육청

[미디어펜=김규태기자] 지난 6일 국가교육감시단은 충암고의 배송용역비 2억 5천여만 원 횡령의혹은 소설에 불과하다며 서울시교육청 좌파교육감(조희연)의 사학 때리기라고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러자 하루 뒤 7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충암고의 식재료 빼돌리기를 입증할 증거라며 사진 한 장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 후 충암고의 배송용역비 횡령 의혹은 사라지고 1억 5천여만 원에 달하는 ‘식재료 빼돌리기’ 의혹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국가교육감시단이 확인한 바 충암고의 식재료 빼돌리기는 사실이 아니었다. 국가교육감시단은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언론플레이로서 쌀을 빼돌렸다는 제보는 허위일 것이며, 횡령 의혹만을 바탕으로 검찰에 서울시교육청이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가교육감시단이 밝힌 근거는 아래와 같다.

   
▲ 서울시교육청 행정정보시스템에 충암고 아이디로 들어가 보면 지난 수년 동안 구매한 식재료 소요량 산출근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충암고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충암고의 급식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지도감독도 해왔다고 한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① 매일 쌀 4포씩 총 9,280만 원 횡령 주장은 또 다른 소설에 불과할 듯

-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에 따르면 매일 쌀 4포씩인데 이는 총 분량의 1/4에 해당한다. 수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면 어떻게 매일 매일의 급식이 모자라지 않고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서울시교육청에 묻는다. 게다가 쌀의 경우에는 다른 식재료와 달리 1주일에 한번 납품한다.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은 매일 쌀 20포 중 4포씩 빼돌렸다고 진술한 제보자가 있다는 것인데 식재료 납품 방식을 잘 모르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지어낸 ‘허위제보’라고 판단된다.

② 서울시교육청 관계자가 배포한 사진 한 장의 의혹

- 충암고 조리실 및 식재료 창고는 납품배송차량 상하차 장소에서 7~8미터 정도 되는 하나의 통로에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식재료 창고는 짧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조리원 휴게실과 마주보고 있어 누군가 통로에서 물건을 옮기면 쉬고 있는 약 20명의 조리종사원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다. 지속적으로 수년간 식재료 빼돌리기가 이루어졌다면, 영양사 2명, 조리종사원 10명 배송용역직원 10명 등이 모두 공공연하게 공모했어야 가능하다. 한 두 명의 비밀작업으로는 불가능하다.

   
▲ 국가교육감시단은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영양사라면 충암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주장인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③ 충암고가 식재료를 허위 과다 구입했다고 가정한 서울시교육청 감사팀

-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의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식재료 구매량은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교행정정보시스템(일명 나이스) 상의 급식업무시스템을 사용하여 산출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행정정보시스템에 충암고 아이디로 들어가 보면 지난 수년 동안 구매한 식재료 소요량 산출근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지난 수년 간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충암고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급식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지도감독을 해왔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 감사팀은 급식업무시스템 상에서는 별다른 횡령 의혹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④ 교육청 징계요구서, 횡령사실 확인했다는 표현 없어
책임자 직무태만이나 관리소홀을 문제 삼아

- 충암고 식재료 빼돌리기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충암학원 측에 요구한 감사결과 및 징계요구서를 살펴보면,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공식문서에는 학교가 횡령했다고 직접 표현한 바 없다. 또한 “학교는 횡령이 가능하도록 식재료를 방치하여 물품 및 회계관리에 소홀했다”며 횡령의 주체를 모호하게 기술했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알려진 바와 달리 시교육청이 고발장을 제출하지 않고 수사의뢰 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의혹제기 수준에서 수사를 의뢰했을 뿐, 혐의를 확인하여 고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서울시교육청 주장은 충암고에서 매일 쌀 20포 중 4포씩 빼돌렸다고 진술한 제보자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교육감시단은 "식재료 납품 방식도 잘 모르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지어낸 허위제보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아야 할 진술"이라면서 "제보자가 충암고의 하루 사용량부터 다르게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누군가 충암고에서 쌀을 빼 돌린다면 매일이 아니라 매주 한 번이었어야 하고, 그 분량은 훨씬 소량이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⑤ 검찰에 고발장 제출하지 않으면서
언론 보도자료는 다르게 낸 서울시교육청

- 반면에 서울시교육청이 언론에 보낸 보도자료를 보면, “충암고가 식재료, 식자재비를 횡령한 사실을 확인”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횡령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한 사실을 두고 마치 학교측의 범죄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여론을 악화시킨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도록 압박했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충암고에 대하여 과도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충암고 식재료 빼돌리기? 국가교육국민감시단는 서울시교육청의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한다. 사진은 충암고의 2015년 10월 식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