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명(失明) 사고가 발생한 제주대학교 병원에서 눈 시술에 사용한 가스(과불화프로판·C3F8)가 허가된 의약품이 아닌데다 이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등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 가스업계, 제주대병원 등은 제주대병원이 사용한 'C3F8' 가스는 의약품으로 허가된 제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산업용으로 수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 업체는 이 가스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가스가 어떻게 제주대병원에 ‘의료용’으로 납품됐는지도 아직 불명이다.

식약처는 의료행위에 사용하는 각종 가스를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해 관리한다. 의료용 고압가스에 대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도 올해 7월부터 적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C3F8'이 안구에 직접 주입되는 가스임에도 '의료용 고압가스'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해 말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월 제주대병원이 성분 분석을 의뢰했을 때에도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라 분석할 수 없다"며 고압가스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로 문의하라고 안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우리가 품질 검사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다"며 공을 다시 식약처로 넘겼다.

이처럼 식약처, 산업부, 가스공사, 보건복지부 등 각 기관·부처가 서로 공을 넘기는 사이에 시간은 수개월이 흘러 환자 3명이 잇따라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10개월이 다 되도록 사고 원인 규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

현재 전국 안과 가운데 제주대병원과 같은 중국산 가스를 사용하는 병원이 전국에 몇 곳이나 되는지, 이 가스가 어떤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가스 성분 분석을 의뢰하기로 했지만 분석 결과가 나오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해당 가스를 시술에 사용해 시력을 잃는 사례도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제주대병원에서는 지난 1월 20일 망막박리 시술 등에 사용하는 가스를 교체한 뒤 20여 일 사이 시술을 받은 환자 3명이 잇따라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국과수에 해당 가스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