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현지투자 및 생산시설 확대 지속…배터리업계, 투자속도 조절
각 기업 대관, 미국 정부 관계자 만나 접접 공유…정부도 기업 지원책에 역량 집중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생존 전략 수립에 속도가 붙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보편관세와 무역 장벽 우회를 위해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과 접촉을 늘려 미국 정가를 겨냥한 대관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미국의 수출 확대와 현지 투자 및 활동에 대한 미국 정부 지원이 계속될 수 있게 외교·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우선 반도체의 경우 미국 직접 투자 및 투자를 단행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에 370억 달러(약 54조 원) 이상을,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을)를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건설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를 짓고 2028년 양산에 들어간다.

미국 정부가 투자 보조금 성격인 칩스법(반도체법)을 두고 폐기 가능성을 논하고 있는 것은 변수지만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수요정체현상)으로 인한 북미 수요 둔화를 고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되 생산 거점 확대는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배터리 3사는 주요 고객사가 있는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공장 가동과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각 사는 GM(제네럴 모터스), 포드, 스텔란티스 등 현지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단독 공장을 지으면서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폐기가 거론되지만 당장 미국 일자리를 창출하는 현지 투자에 대한 지원을 없애지는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차 생산 능력과 규모를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있는 전기차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하이브리드차 생산시설을 추가로 구축해 연간 생산 규모를 기존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혼류 생산이 가능해질 경우 현대차그룹의 미국 생산 비중은 70%까지 상승한다. 또한 미국 현지 진출과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GM과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고 신차 및 엔진 공동 개발·생산, 전기·수소 등 미래 에너지 기술 개발, 배터리 원재료·철강 등 공급망 관리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는 트럼프 2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추가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 조직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는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진행중이다.

LG그룹은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현지 대외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SK그룹도 SK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인사를 공략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들의 활동 지원을 위해 역량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장관급이 정례 개최하는 대외관계 장관 간담회를 통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주요 경제 현안을 점검하는 등 지난 8일 회의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수출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다음달 비상수출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출 주무 부처인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6∼10일 미국을 방문해 연방 상·하원에서 통상·세제 업무를 관할하는 의원들과 한국 기업들이 투자한 지역의 의원들을 만나 양국 산업·경제 현안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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