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인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재계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편관세를 예고하고, 반도체 보조금 축소, 전기자동차 구매 보조금 폐지·축소 등을 언급하면서 국내 산업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계는 당분간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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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사진=연합뉴스 제공 |
◆보편관세·보조금 축소 등 불확실성 확산
20일 재계에 따르면 트럼트 미국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열면서 본격적인 두 번째 임기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친다고 공언해왔으며, 보편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 산업계 역시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관세 부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미국 수출에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에서는 미국에서 20%의 보편관세가 부과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미국 수출이 13.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 정치적인 상황이 불안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도입 움직임이 빨라진다면 환율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1450원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는데 보편관세 부과 시 단기적으로 1500원까지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주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내 산업계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원유, 가스 등 에너지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달러 강세 시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산업별로도 트럼프 정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으로 인한 보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삼성전자는 47억 달러, SK하이닉스는 4억6000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지원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보조금 대신 관세를 매기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2기 출범 후 보조금을 받는 기업과 재협상을 통해 보조금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 역시 축소·폐지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전기차 모델 5종도 대상에 포함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보조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국내 업계 내에서는 세액공제에 대해 손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수혜를 보는 산업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조선업계 내에서는 트럼프 취임으로 인해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력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당장 MRO 사업에서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는 선박 건조까지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직접 트럼프 2기 대응 나서…“접점 확대 집중”
재계는 현재 정치적 리스크로 인해 외교 공백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기업별로 트럼프 2기 출범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정의선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삼성, SK 등 주요 그룹들도 미국통을 주요 인사로 영입하면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약 10조 원을 투자해 미국 내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향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접촉에 나서거나 여력이 있으면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를 빠르게 해소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재계 내에서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 우오현 SM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부회장 등이 참석한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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