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가 지난해 하이브리드(HEV),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한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기말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발생한 판매보증충당부채 관련 환율 영향으로 감소했다.
현대차는 23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실시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7.7% 증가한 175조2312억 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9% 감소한 14조2396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13조2299억 원으로 7.8% 증가했다.
|
 |
|
▲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 4분기 판매량 106만6239대…영업이익 17.2% 감소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 줄어든 106만6239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18만9405대가 판매됐고, 해외에서는 1.6% 줄어든 87만 6834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폭설로 인한 공급 차질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으로 내수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의 경우 북미 지역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지만 중국과 유럽 지역 수요 감소로 총판매량이 줄었다.
지난해 4분기 현대차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46조62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2% 감소한 2조822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은 6.1%를 나타냈다. 경상이익은 3조1189억 원, 당기순이익 2조4742억 원(비지배지분 포함)을 기록했다.
매출은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 믹스 개선 및 가격 인상, 우호적인 환율 등에 힘입어 상승세를 기록했다.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396.8원을 나타냈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은 4분기 영업이익 하락 요인으로 판매보증충당금 증가를 꼽았다. 이 부사장은 "이번 분기와 같이 평균 환율과 기말 환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평균 환율에 기반한 일반적인 환율 효과 추정과는 큰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번 분기에 인식된 판매보증 충당 부채는 향후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대수는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와 북미 지역 SUV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로 하이브리드 14만5732대, 전기차 5만3035대를 포함해 전년 대비 21.0% 증가한 20만 9641대를 기록했다.
윤태식 현대자동차 IR 팀장은 "미국 시장에서 투싼, 산타페, 아반떼, 소나타 등 하이브리드 전 모델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 대비 60.6% 증가했다. 제네시스 판매 또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면서 "유럽 권역에서도 싼타페, 코나, 투싼 등 하이브리드 판매가 31.3% 증가했다"고 말했다.
◆ "북미 현지생산 등 유연한 경영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
현대차는 주요 시장의 성장률 둔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으로 인한 산업 발전 속도 변화, 매크로(거시 경제)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감 증대 등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현대차는 북미 현지 생산 체계를 본격 가동하면서 유연한 경영 전략으로 수익성 방어에 나설 계획이다.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폐지 또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사장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했고, IRA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없애겠다고 이야기한다.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를 통과해야 해서 그 과정이 금방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IRA 보조금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르면 빠르면 9월부터 폴아웃(보조금 축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준으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다. 올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전기차공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9 생산하기로 했다. 해당 모델들은 IRA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관세 도입에 대한 우려에는 "보편관세 부과와 관련해 가이던스 사업 계획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환율이 지금 1400원을 넘어가고 있다. 관세와 관련해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있다"면서 "관세 시행은 빠르면 4월, 늦어도 상반기다. 안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시나리오별로 손익이 어떻게 움직일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하게 숫자를 말하기 어렵지만 보편관세가 10% 붙는다는 전제 하에 환율 효과가 어느 정도 받침이 된다하면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보편관세 영향은 우리만 받는 게 아니다. 현대차는 미국 내 공장이 있고 현지 생산 비중이 6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영향은 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혼다나 토요타 같은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 공장을 많이 갖고 있다. 거기서 넘어오는 비중을 보면 혼다는 CR-V 등 주력 차종이 캐나다, 멕시코 소싱을 하고 있다. 토요타의 경우도 투싼의 경쟁 차종인 라브4 같은 경우 캐나다,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비중이 53%, 타코마같은 경우 멕시코에서 100% 넘어오고 있다. 보편관세의 부정적 효과 측면에서 보면 현대차가 토요타나 혼다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북미 전기 트럭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협력은 현대차가 개발 중인 전기 상용차 모델을 GM 브랜드로 재출시하는 리뱃징 방식을 통해 진행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서 전기 트럭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약 체결을 위해 GM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GM과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 연간 목표 417만 대…16조9000억 원 투자
현대차는 올해 연결 기준 연간 가이던스를 제공하고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현대차는 가이던스에서 올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417만 대로 설정했다. 또 전년 대비 연결 매출액 성장률 목표는 3.0~4.0%로,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는 7.0%~8.0%로 세웠다.
올해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SDV 전환 대응, 미국 전기차 공급망 구축, 지속적인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R&D 투자 6조7000억 원 △설비투자(CAPEX) 8조6000억 원 △전략투자 1조6000억 원 등 총 16조9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지난해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배당은 1~3분기 배당 합계 6000원을 포함, 전년 대비 5.3% 증가한 주당 1만2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배당성향 25% 이상 설정'에 따른 배당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구자용 현대차 부사장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주주환원률(TSR) 35% 달성 이상의 주주화원 정책을 실시하고자 한다"면서 "보통주 기준 주당 1만 원의 최소 배당금과 2500원의 분기 배당, 자사주 매입 시 매입 목적 명시 2025년에서 2027년까지 약 4조 원의 자사주 매입형 규모 설정, 우선주 디스카운트를 고려한 자사주 매입 등의 밸류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올해에도 상품 경쟁력과 펀더멘털 개선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수익 창출과 주주 가치를 우선에 둔 경영 활동을 통해 연간 가이던스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