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수조원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이 검거되자 주요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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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조원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이 검거되자 주요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7일 강태용(54)이 검거되자 강씨로부터 1억원 상당의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직 경찰관 정모(40) 경사를 비호했던 친구 등 주요 참고인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조희팔과 강태용측의 계좌를 추적하던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뭉칫돈이 정씨측으로 흘러간 흔적을 발견했으나 진술이 없어 처벌이 어려웠다.
대신 경찰은 정씨가 동료 경찰관으로 함께 근무하다 파면된 뒤 조씨의 범죄수익금 6억원을 관리하던 임모(47·전 경사)씨와 조씨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오해를 풀어준다며 임씨와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 부분만 처벌했다.
정씨는 조희팔 등 수배자를 만나고도 검거하지 않았는데다 골프·술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가 인정돼 파면조치와 함께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정씨의 금품 수수 정황이 법의 망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07년 8월 정씨는 친구이자 동업자인 이모(41)씨와 각각 1억원을 내 대구 동구에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개업했다.
경찰은 정씨 명의의 투자금이 강씨측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판단했지만 이씨는 이 부분에 대해 일체 함구했다.
게다가 돈을 준 것으로 보이는 강씨는 이미 중국으로 도피했고 이들의 돈 거래를 알만한 위치에 있던 참고인 A씨도 구체적 진술을 거부,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
경찰은 강씨나 조씨를 상대로 직접 조사를 벌이기 이전에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법처리를 보류하는 이른바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참고인 A씨와 동업자 이씨가 태도를 바꾼 것은 강씨와 정씨가 각각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였다.
경찰은 강씨 검거 직후 A씨를 접촉해 조사한 결과 과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두 사람이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구체적 진술을 확보했다.
정씨 명의 투자금 1억원의 출처에 대해 함구해온 이씨도 입을 열어 경찰이 두고 있던 혐의에 무게를 실었다.
강신욱 대구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강씨 등이 중국에서 검거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강씨 송환 후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불이익을 우려, 참고인들이 심경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희팔 일당 가운데 핵심적 역할을 한 강씨가 송환돼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게 되면 그동안 혐의 입증이 안돼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범죄들이 양파 껍질 까듯 하나 둘씩 드러날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정씨 역시 강씨 검거 소식 직후 부랴부랴 중국으로 출국하다 공항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강씨가 송환되면 정씨 뿐만아니라 그동안 이들에게 정보를 주거나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사법 처리된 전직 경찰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전면 재조사를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