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가맹점수수료 인하를 앞둔 가운데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악화하면서 건전성 관리가 향후 실적을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카드 등 카드사 5곳의 지난해 말 단순 평균 연체율은 1.43%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p) 올랐다.

통상 카드사는 1개월 이상 연체율이 2%대에 가까워지면 위험 수준으로 여겨진다.

   
▲ 사진=미디어펜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가 0.2%p 상승한 1.87%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카드가 0.06%p 오른 1.51%로 집계됐다. 이어 우리카드는 1.44%로 0.22%p 상승했으며, KB국민카드는 1.31%로 0.28%p 올랐다. 삼성카드는 0.18%p 떨어진 1.0%로 가장 낮았다.

이들 5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2021년 0.82%에서 2022년 1.01%, 2023년 1.33%, 지난해 1.43%까지 해마다 오르고 있다.

이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들이 대출영업을 확대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오는 14일부터는 영세·중소가맹점 대상으로 적용 수수료율이 0.05~0.10%p 인하되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수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또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대출문턱을 올린데다 저축은행들도 고금리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악화 등의 영향으로 대출영업을 축소하면서 대출 수요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로 몰렸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42조원을 넘어선 이후 12월 42조38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8조7613억원) 대비 9.4%(3조6260억원)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경기침체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진 영향도 크다. 특히 카드론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다만 평균금리가 연 10%대로 높다. 또 카드론 이용자 중에는 중저신용자 또는 다중채무자가 많아 부실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8개 카드사의 지난달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14.58%로 전월 대비 0.12%p 올랐다. 카드론 평균금리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난해 9월 연 14.29%를 시작으로 10월 14.32%, 11월 14.44%, 12월 14.46% 등으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카드사별로 보면 롯데카드가 전월 대비 0.14%p 상승한 15.4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우리카드 15.32% △신한카드 14.66% △하나카드 14.60% △KB국민카드 14.48% △삼성카드 14.08% △비씨카드 14.07% △현대카드 14.04% 순이었다.

카드사들은 연체율이 오르면서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 규모도 늘리고 있다. 충당금 적립 규모가 증가할수록 순이익은 감소한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4분기 대손충당금 규모는 3002억원으로 전분기 1823억원 대비 64.7%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와 하나카드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각각 전분기 대비 36%, 39.4% 증가한 1510억원, 949억원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1818억원으로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갈 곳을 잃은 대출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리고 고물가 등으로 체감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 공급을 조절하고 모니터링을 면밀히 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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