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이산가족면회소에서 “북 측 가족들이 입장한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장내에는 ‘반갑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 측 가족 모두가 일어나 일제히 입구를 바라봤다.
제20회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상봉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북의 가족들은 60년이 지나 감격스러운 첫 만남을 가졌다. 남 측 상봉단 96가족 389명과 북 측 96가족 141명은 이날 단체상봉으로 2박3일 동안의 상봉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45분쯤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앞에 389명의 남 측 상봉단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지원단이 먼저 내려 버스 화물칸에서 휠체어를 내리기 시작했다. 설렘 반 기대 반의 표정, 잔뜩 상기된 표정의 가족들이 차례로 버스에서 내려 면회소로 들어갔다.
오후 3시쯤 북 측 가족들이 북 측 관계자들과 함께 입장했고, 면회소 테이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북 측 신청 가족에 대한 남 측 상봉단인 손권근(83) 씨가 테이블 근처로 다가가자 북 측 아들인 손종운(49) 씨가 명찰을 뒤집어 확인하더니 마주보고 한참을 쳐다보다가 아버지를 꽉 껴안았다. 아버지와 아들은 모두 할 말을 잊은 듯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버지는 연신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권근 씨는 아버지에게 여동생인 “권분이는 어딨냐”고 물었다. 자신의 왼쪽에 앉아 있던 권분 씨를 알아보고 여동생의 손을 꼭 잡았다. 권분 씨는 오빠 권근 씨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내 생전에 오빠 얼굴 못 보는 줄 알았지”라며 계속 울기만 했다. 권근 씨는 울고 있는 여동생에게 “울지 마라”며 어깨를 두드렸지만 두사람 모두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북 측 신청 가족인 채훈식(88) 씨는 며느리 강미영(46) 씨와 함께 남 측에 있던 아내 이옥연(88) 씨와 아들 채희양(65) 씨, 며느리 정영순(63) 씨, 손자 재혁(40)·정재(39) 씨를 만났다.
채훈식 씨가 다가가자 아내 이옥연 씨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나 아들 채희양 씨가 다가가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라며 오열했다. 채훈식 씨는 머리에 쓴 중절모가 벗겨질 정도로 처음 만난 아들과 함께 부둥켜 안고 계속 울기만 했다. 손수건이 흠뻑 젖도록 울던 채훈식 씨가 아내에게 손을 내밀자 아내는 “이제 늙었는데 (손) 잡으면 뭐해”라고 했다.
강미영 씨가 시아버지에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 많았다면서 왜 못해요”를 대여섯번 말했지만 아버지가 울기만 하자 갑자기 표창장과 각종 훈장들을 꺼내 보였다. 1956년 1월1일자로 시아버지가 김일성 주석에게 받은 것들이었다. 그 순간 북 측 기자들이 몰려들어 촬영하고 강미영 씨는 남 측 기자들을 옆으로 밀쳐내기도 했다.
채훈식 씨는 아들에게 “너희 어머니가 나없이 혼자서 가정을 책임지고...아버지를 이해해다오. 나는 어머니에게... 나를 위해서 (너희 어머니는) 일생을 다 바쳤다”고 말한 뒤 이어 “나는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 된 지 몰라서...(결혼했다)”고 말했다.
#북 측 오인세(83) 씨와 남 측 아내 이순규(85) 씨, 아들 오장균(65) 씨는 부부와 부자가 60여년만에 상봉했다. 80대 아버지는 60대 아들을 부둥켜안고 들어올리는 듯했다. 아들이 “아버지 자식으로 당당히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아내를 향해 “가까이 다가 앉으라”고 말했다. 이내 아들은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오인세 씨 가족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아버지가 아들과 손을 교차해 나란히 놓아보며 “닮았지?”라고 했고, 아들과 얼굴도 맞대보며 또 “닮았지?”라고 했다. 아들은 “65년을 떨어져 있었어도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아내 이순규 씨는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고마워”라더니 “65년동안 아들 키우고 했으니, 벌금 내야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단체상봉은 오후5시쯤 끝났다. 북 측 가족들이 대연회장을 먼저 빠져나왔고, 이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남 측 가족들은 10가족씩 순서대로 대연회장에서 나왔다. 북 측 상봉단이 탄 버스가 오후5시7분쯤 떠나자 버스를 향해 남 측 가족들이 손을 흔들었다. 버스 안에서 한 할머니가 손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훌쩍이는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