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의 동남아 원정도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심재철 부장검사)는 21일 회사 공금으로 상습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해운업체 K사 대표 문모(56)씨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문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문씨는 혐의를 인정하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문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카오 등지 카지노 호텔의 일명 '정킷방'(현지 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200억원 안팎의 도박판을 벌인 혐의(상습도박)를 받고 있다.
검찰은 문씨가 회삿돈 10억여원을 빼돌려 판돈으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마카오 일대에서 원정도박 브로커로 활동한 '광주송정리파' 조직원 이모(39·구속기소)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문씨의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주 2회에 걸쳐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문씨의 도박액은 현재까지 검찰에 적발된 원정도박 기업인들 가운데 최대 규모다.
문씨 외에도 검찰은 베트남에서 30억원대 도박을 한 혐의가 포착된 경기 광주시 K골프장 소유주 맹모(87)씨를 비롯한 기업인 3∼4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이 가운데 도박액수가 큰 일부는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검찰은 도피 중인 베트남 원정도박 브로커 신모(50)씨에 대해 구인영장을 발부받아 행방을 뒤쫓고 있다. 도박장소개설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잡혔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