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대규모 ‘피라미드 사기범’ 조희팔 측에게 뇌물을 받고 수사정보를 흘린 전직 경사가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지방경찰청 조희팔 사건 특별수사팀은 조씨의 오른팔인 강태용에게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구속된 정모 전 경사(40)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에 근무하던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씨 측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구속된 정씨와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한 결과 정씨가 뇌물을 챙긴 지 1년여 후인 2008년 10월께 강씨 일당에게 수사 정보를 미리 유출한 혐의를 포착했다.
이어 강씨 등이 운영하던 다단계 업체 본사 서버와 관련, 대구경찰청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정씨가 수색 날짜를 강씨에게 미리 알려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결과 당시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강씨와 조씨 일당의 다단계 유사수신조직에 대한 수사망을 좁히자 강씨 측이 정씨에게 수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에게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를 추가했다.
아울러 경찰은 정씨가 2007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 방문한 23번 중 21번은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한 2008년 12월 이후 이뤄진 점에 주목해 조씨 측과의 접촉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강씨가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지 이틀 뒤인 지난 13일 중국으로 달아나다가 광주우 공항에서 입국 거부된 뒤 강제 송환돼 인천공항에서 체포됐다.
강신욱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정씨 사건 송치 후에도 검찰과 공조해 추가 연루자 존재 여부 등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정씨 관련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면서 정씨가 2008년 5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조희팔이 리브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세탁한 혐의가 있다'는 정보를 넘겨받고도 5개월간 수사하지 않은 일 등을 모두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의 이번 수사가 당초 우려대로 '꼬리 자르기' 식에 그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