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이 점점 더 본격화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BYD에 이어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지커(ZEEKR)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이들이 실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는 최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라는 상호로 법인을 설립하고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또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7X 상표도 출원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7X'가 한국 시장에 투입될 첫 번째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커코리아는 자동차 및 관련 제품의 수입, 유통·판매·서비스를 포함해 배터리 및 소재 사업까지 폭넓은 목적을 법인에 명시했다. 자본금은 1억 원이고 대표이사에는 차오위 동아시아 총괄이 이름을 올렸으며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국내 법인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유일한 인물은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다. 김 이사는 딜러사 선정, 시장 조사 등 지커의 본격 한국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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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커 로고./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커는 2021년 지리자동차에서 분사해 설립된 전기차 전문 브랜드다. 출범 이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2년 7만1941대, 2023년 11만8585대, 지난해 22만2123대를 판매했다. 라인업도 꾸준히 확장 중이다. 현재 왜건형 전기차 '001', 세단 '007', 소형 SUV 'X', 중형 SUV '7X' 등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커가 BYD와는 다른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고급화와 기술력을 앞세운 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잠재력은 존재한다는 평가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 세계 수요는 멈춰있는데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다"며 "BYD는 범용 브랜드고 지커는 고급 브랜드기 때문에 두 브랜드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지커는 고급 브랜드인 만큼 가격을 너무 낮추면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코스트를 줄이기 위해 온라인 판매 방식을 선택할 것 같다"면서 "지커가 중국 전기차의 한국 진출에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여전히 뚜렷하다. 브랜드 인지도, 서비스망, 안전성에 대한 불안 요소도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로 먼저 시장에 진입한 BYD의 경우 고객 인도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1월 출시된 '아토3'는 당초 2월 고객 인도를 약속했지만, 아직도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인증 절차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출고 시점은 오리무중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본토에서는 이미 신형 아토3가 출시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왜 구형을 사야 하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인증 지연과 준비 부족이 겹쳐 소비자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BYD 코리아는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아토 3는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3개 행정기관에서 적법한 인증절차를 통과했으며, 출고 전 마지막 단계인 전기차 보조금 산정 및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신청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사전계약 고객에게는 차량 출고 시 30만 원 상당의 충전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커의 프리미엄 전략이 국내 시장에서 통하려면 BYD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급 브랜드를 표방하는 만큼 초기 대응력, 서비스 품질, 브랜드 신뢰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커가 자국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시장은 중국 브랜드가 단순히 제품력만으로 안착하기 어렵다"며 "소비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탄탄한 운영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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