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저축은행 이어 보험사도 합류…대내외 불확실성 변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26일 오후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군인 한국소호은행(KSB) 컨소시엄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인데, 뒤늦게 흥국생명·화재 등 보험업권에서도 컨소시엄 참가 의향을 내비쳤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유력 경쟁자들이 철수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실제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어줄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KSB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이날 흥국생명, 흥국화재가 컨소시엄 참여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보험사가 컨소시엄 참여를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금융사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보험사 본연의 역할인 △위험 관리 △보장 서비스 외에도 소상공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보험·금융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 위험을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 금융당국이 26일 오후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서류 접수를 마감한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군인 한국소호은행(KSB) 컨소시엄은 이날 금융위원회에 인가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인데, 뒤늦게 흥국생명·화재 등 보험업권에서도 컨소시엄 참가 의향을 내비쳤다. 다만 정치적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유력 경쟁자들이 철수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실제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어줄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사진=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제공


특히 KCD 측은 두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디지털 금융의 융합을 기대할 수 있고, 소상공인 금융 서비스의 확장성과 경험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금융을 통한 '고객 록인(lock-in)'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보험업계는 시니어케어, 펫보험,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터넷은행이 소상공인과의 접점을 확장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는 만큼, 미래 성장 동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컨소시엄 합류에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IT 계열사인 '티시스'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번 보험업권의 합류로 KSB는 은행권 4개사(우리·NH농협·하나·BNK부산), 비은행권 5개사(OK저축은행·우리카드·유진투자증권·흥국생명·흥국화재), 비금융사 3사(LG CNS·아이티센·메가존클라우드) 등이 '드림팀'을 꾸리게 됐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흥국생명은 소상공인의 미래가 결국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보험을 넘어 디지털 금융과의 융합을 통해 소상공인이 안심하고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가능한 상생 모델을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KCD 관계자는 "흥국생명, 흥국화재 등과 함께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은 소상공인을 위한 전례 없는 금융 혁신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며 "컨소시엄 참여사들과 함께 소상공인 삶의 안정과 성장을 동시에 지원하는 소상공인을 위한 1번째 은행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가능성이 사실상 'KSB' 측으로 기울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예비인가 유력 후보군에는 KSB 외에도 신한은행·DB손해보험 참여가 유력했던 '더존뱅크'와 현대해상을 주축으로 하는 '유뱅크'가 유력 경쟁자였다. 

하지만 더존뱅크는 지난 17일 역점 추진 중인 '혁신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을 재조정함에 따라, 예비인가 신청을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뱅크는 불안정한 경제와 정국 상황 등을 고려해 예비인가 신청 시점을 연기하기로 했다. 컨소시엄 내부적으로 올해 하반기 중 예비인가 신청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세 컨소시엄이 경쟁 중인 가운데, 서로 영입하려 했던 농협은행이 KSB를 택한 게 '트리거(trigger)'가 되면서 사실상 가세가 기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실제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추진 동력이 상실했다는 의견도 업계 일각에서 거듭 제기되고 있다. 경쟁사들이 연이어 철수한 데다, 계엄 사태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잔재하는 까닭이다. 

아울러 올해 금융당국은 기존 인가심사조건에 '혁신성'과 '포용성'을 새롭게 심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인터넷은행의 편의성 제고 및 금융부담 경감 등의 성과를 높게 사면서도, △자금조달 안정성(대주주 제재 이슈 및 자금지원 여력) △사업계획 실현가능성(중저신용자 자금공급 계획) 등에 아쉬움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당국은 법규상 심사기준인 △자본금 및 자금조달 안정성 △대주주 및 주주구성계획 △사업계획(안정성) △발기인 및 임원의 적격성 △인력, 영업시설, 전산체계 및 물적시설 외에도 △혁신성 △포용성을 추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당국이 포용성의 일환으로 '지역금융 기여도'를 높게 보겠다고 밝혔다. KSB는 이 심사조건을 무탈히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SB를 이끄는 KCD는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업무협약을 연이어 맺으면서 보증서대출을 내어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분포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KCD의 금융 서비스(경영관리·결제·POS·신용평가 등)를 활용하는 고객인 만큼, 비수도권 금융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KSB의 시각이다. KCD는 현재 계열기업의 금융서비스를 고려하면 사업자 고객이 230만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오후 6시 예비인가 신청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다. 신청서 접수 이후에는 지난해 11월 29일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에 따라 민간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포함한 금감원 심사를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여부를 의결할 예정이다.

예비인가 신청을 고려하는 컨소시엄은 KSB 외에도 △소소뱅크(35개 소상공인·소기업, 위크스톤파트너스) △AMZ뱅크(한국생명농업경영체연합회, 한국금융투자협동조합) △포도뱅크(한국소기업총연합회·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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