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과 양상 달라…부채비율 400% 넘긴 중견 건설사 속속 등장
주요 건설사는 아직 무풍지대…우량기업 위주 선별 지원 의견 확산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올해 1분기가 지나가면서 건설사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직접적인 부실 확산 시그널이 아직 없지만, 미분양·공사비 미수금 문제 등 회복 시그널도 없다는 게 이유다. 다만 업계 전반에 퍼진 부실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우량 업체와 부실 업체를 이원화해 선별 지원하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 건설사 4월 위기설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와 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들어 2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109곳에 달한다. 영세한 전문건설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폐업 건수는 634곳으로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에만 이미 중견 건설사 7곳이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인 이달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80위인 벽산엔지니어링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이처럼 중소·지방 위주로 건설사 부실이 심화되면서 '4월 위기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부실 위험군으로 인식하며, 400%를 초과하면 파산 위기가 언제 와도 이상할 게 없는 곳으로 본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일부 중견 건설사들도 부채비율이 400%를 훌쩍 넘은 곳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줄도산 공포 확산 vs "과장됐다"…의견 분분 

일각에서는 올해 4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있었던 4월 위기설이 특정 업체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촉발됐지만 올해는 여러 업체들이 재무적으로 부실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근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4월 경 위기설이 나온 주된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가 일제히 4월에 도래한다는 공포감이었다"면서 "올해 4월은 공포감이라기 보다는 여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실제 상황이 됐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업체가 한 번에 무너질 것인가에 대한 위기감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경기에 마땅한 회복 시그널이 부재한 것도 4월 위기설을 부추긴다. 건설사 수익성을 악화시킨 높은 원가율은 개선될 요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미분양 문제 해결도 요원하다.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경제 하방 압력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업황이 악화된 기간이 길어지면서 대형 건설사는 물론 인지도 높은 중견 건설사 상당수도 재무건전성 강화를 마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 단위의 주택 사업을 전개하는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신규 수주를 최소화하고 공공사업이나 신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분산해왔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부채 비율을 줄이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용 절감을 진행해왔다.

   
▲ 부산의 한 건설 현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0대 건설사의 재무 리스크가 당장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 또한 위기설이 과장됐다는 근거로 거론된다. 10대 건설사 중 일부 건설사가 부채비율 200%을 넘기도 했으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빠르게 100%대로 낮춘 상황이다.

100대 건설사로 범위를 넓히면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가 존재하나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부실화하지 않는 이상 건설업 차원의 위기를 거론하기는 어렵다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업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부진에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연쇄도산 등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당장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진 않지만 지난해부터 지속된 불황에 건설사들이 재무적 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 품고 갈 수 없다…"임계치 오기 전에 선별해야"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이 우량 기업과 사업장 중심으로 집중 지원을 하되 이미 부실이 만성화된 업체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PF에 너무 많은 집중투자가 된 것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며 "파산할 곳은 파산하고, 파산을 하지 않은 곳은 땅을 싼 가격에 팔고, 그 판 땅을 다른 사람이 인수하는 등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업 지원 정책이 PF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보다 실질적인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일괄적인 PF 지원이 아닌 업체의 재무상태와 부실 가능성을 평가한 뒤 선별적인 지원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