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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정 정치사회부장 |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일은 당일 계엄 해제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회 탄핵소추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런데 작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 된지 108일이 지나도록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서 조급해진 야당의 헌재 압박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63일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만에 선고가 나왔던 것에 비해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이유가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연계돼 있어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 안팎에서도 아쉬움과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초 윤 대통령의 계엄은 진보층의 거센 비난을 불렀지만, 중도층과 보수층에서도 깊은 우려를 표출한 사건이었다. 처음 대다수 국민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대부분도 동의하지 못한 계엄 선포였기에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결됐다. 그래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이때부터 100여일동안 보수진영의 투쟁이 시작됐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면교사 삼아 보수진영이 배출한 대통령을 또다시 탄핵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했다. 보수세력이 단결한 배경에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줄탄핵’이 중요한 원인이 됐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현직 대통령을 심판하는 일에서 나아가 진보진영 대 보수진영의 대결로 확전됐다. 새로운 것은 보수진영의 결집력이었다. 물론 일각의 서부지법 난동과 내란 선동 행위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가 있었지만, 새로운 강성 보수인사도 등장했다. 이런 ‘전투력’이 뒷받침 된 탓인지, 아니면 이재명 대표의 높은 지지율 때문인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헌재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는 일부 열성 국회의원과 선을 긋고 탄핵 이후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민주당은 생각했던 것보다 탄핵촉구집회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자 이재명 당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야 했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 지도부의 입은 거칠어지고, 노골적인 헌재 압박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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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25.3.31./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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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다룬 2심 재판부가 26일 무죄를 선고하자 더욱 과감하게 헌재 옥죄기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제 국무위원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시키는 법안에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동 취임을 규정한 법안까지 제출해 위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들어 재판관들 사이에 탄핵 인용과 기각 의견이 ‘5대3’ 또는 ‘4대4’로 갈라져 있고, 결국 6명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윤 대통령 파면이 실패할 것이란 풍문이 나와 있다. 민주당이 이런 풍문을 직접 사실로 확인하고 있으니 의아하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느끼는 조급함은 현 민주당 지도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로 보여진다. 180석이란 과반이 넘는 의석수로 윤석열정부에서 29회에 달하는 탄핵을 남발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줄기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에서 주장한 ‘탄핵으로 인한 국정마비 사태’가 어느 정도 입증되는 효과를 낳은 셈이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윤 대통령이 체포·구속되기까지 관인 대리날인, 딱풀 문서 등 공수처가 저지른 위법·편법 논란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민주당이 헌재의 정치적 편향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사법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국회 탄핵소추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맞았다. 당장 우리가 눈치 못 채고 있는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깊을 수 있다. 여기에 국민 사이에 깊이 패인 갈등의 골은 우리사회 발전 과정에 더 지독한 독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탄핵 선고, 확실한 파면을 위해 충돌을 불사하며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고 있지만, 이렇게 될 때 결국 졸속 재판 논란을 더할 뿐이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 순 없지만, 그 이후가 정말 중요했다.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주소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더 부끄럽지 않으려면, 거대야당 민주당은 사법 초토화를 중단해야 한다. 집권여당 국힘도 차기 집권에 들이는 노력으로 사법 복원에 나서야 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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