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임기 만료까지 약 2개월 남겨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직을 걸겠다'며 야당 뜻에 동조하는 발언을 거듭 내놓은 바 있는데, 정부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강행하면서 사의를 결정한 모습이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들이 일제히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사의를 만류해 임기까지 활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이날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따른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 "금감원장 제청권자가 금융위원장이어서 금융위원장에게 최근 연락해 (사의 관련한) 제 입장을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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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만료까지 약 2개월 남겨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직을 걸겠다'며 야당 뜻에 동조하는 발언을 거듭 내놓은 바 있는데, 정부가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강행하면서 사의를 결정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사회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이냐고 재차 묻자 "김 위원장께 드린 말씀을 하나하나 알려드릴 순 없으나 입장을 드린 건 맞다"라고 답했다. 다만 사의가 수용되지 않아 현재로선 이 원장이 정해진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원장은 정부와 대립각을 이룬 상법개정안에 대해 '직을 걸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3일 열린 '기업·주주 상생의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열린 토론'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 온 경제팀 입장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을 하는 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 반대할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이 해당 발언에 부정적 뜻을 내비쳤는데, 이 원장은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재의요구권은 대통령 권한이고 여당이나 경제부처 등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최종 결정권한이 없다는 점에선 원오브뎀(one of them)"이라며 "금감원만 왜 의견을 내냐고 뭐라 하는 건 그 자체가 월권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지난달 26일에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에 거듭 찬성의 뜻을 내비쳤고, 28일에는 상급기관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보내는 의견서에 상법 개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전날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최종적으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그동안 이 원장이 일관되게 '직을 걸겠다'며 상법개정안 통과를 주장했던 만큼, 정부 행보에 '사퇴'로 답한 모습이다. 실제 이 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으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보호나 자본시장 선진화는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하반기까지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이 거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 발효 등의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건 선고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만큼, 파격적 발언을 비판하는 시각도 상존한다. 더욱이 임기도 2개월밖에 남지 않은 까닭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시장상황이 어려운데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부정적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원장은 내일로 예정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회의)에는 참석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미국 상호관세 발표(2일)가 나는데 내일(거시경제 금융현안간담회) 보자고 했다"며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복귀 여부도 무시하기 어려워 임명권자가 대통령께 (사의 표명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 임기는 오는 6월 6일 만료로 예정돼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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