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부 이보라 기자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로 인한 실손보험 손해율이 해마다 급등하면서 연말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낮은 보험료로 정말 필요할 때 도움되는 보험상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나 이에 공감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번에도 역시나 자기부담률을 올리고 보장한도를 축소하는 등 소비자 혜택을 크게 줄였다. 이 같은 땜질식 개편으로는 향후 6세대, 7세대까지도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실손보험은 1999년 1세대 출시 이후 여러 차례 제도 개편을 거쳐 2021년 7월 비급여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방식의 4세대까지 출시됐다. 보험사들은 2022~2023년 1~3세대 실손 가입자가 4세대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1년간 50% 할인해줬으나 보장 범위 한도 축소, 자기부담률 상향 등으로 유인 효과는 미미했다.

실손보험 개편이 효과를 보려면 1~2세대 초기 가입자들이 새로운 상품으로 많이 갈아타야 한다. 2009년 9월까지 가입한 1세대와 2015년 8월 전에 가입한 초기 2세대 실손은 전체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 2세대 실손까지는 약관변경 조항이 없어 그대로 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

1세대는 입원 치료비를 자기부담금 없이 100% 보장받을 수 있고, 비급여 도수치료, 비급여 자기공명영상(MRI), 비급여 주사료 등도 별다른 제한 없이 보상받을 수 있다. 2세대부터는 치료비 일부를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부담률이 10~20%로 낮은 편이다.

5세대 실손보험은 4세대보다도 보장을 더 줄였다. 우선 도수·체외·증식 등 근골격계 치료와 신데렐라·마늘주사 등 비급여 주사제는 보장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만, 보건당국이 이를 ‘관리급여’로 선정하면 실손보험으로 보장하되 본인부담률이 95%(외래기준)까지 오른다. 정부는 중증·응급·희귀질환 환자에게 필요한 신의료기술 등은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고 일부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는 관리급여로 지정하기로 했다.

비중증·외래 진료를 중심으로 본인부담률도 지금보다 높인다. 중증·입원 환자 중심으로 보장하자는 취지다. 자기부담률은 입원·외래 모두 현행(4세대 기준) 30%에서 50%로 상향 조정되며, 보상한도는 연간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회당 20만원에서 일당 20만원으로 하향조정된다.

계속되는 보장 축소로 소비자들은 비급여를 악용하는 일부 비양심적 의료기관과 환자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과잉진료를 일삼는 악성 가입자들로 인해 실손보험이 적자를 보면서 선량한 소비자들까지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4세대 실손보험도 손해율 관리에 실패하면서 보험료를 인상했다.

과잉진료를 잡는데만 집중해 혜택이 정말 필요한 환자들도 이용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적자가 계속되면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실손보험 개편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일부 병원과 환자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는 일이다.

후기 2세대, 3세대, 4세대 가입자들은 향후 5세대로 강제 전환하게 되는데 이 같은 식의 개편이 계속되다가는 계약 해지가 속출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의료비 등의 비용 보장이라는 실손보험의 근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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