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동남아시아에 터진 트럼프 관세 폭탄으로 전자 업계가 고심에 빠졌다. 동남아 중에서도 스마트폰과 가전 등 다수 기업이 진출해 있는 베트남에 고율이 부과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이에 따른 해법으로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로 생산 기지를 분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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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제공 |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정부는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진출해있는 동남아에 관세 폭탄을 터트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낮은 인건비와 높은 경제 성장률로 한국의 '제1 생산기지'로 각광받던 베트남에 46%의 고율을 부과했다. 이 밖에도 인도에는 26%, 태국은 36% 상호관세가 부과됐다.
시장에선 베트남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등이 관세로 인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생산 기지다. 만약 관세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서 생산 기지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자연스레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동남아 관세 폭탄 영향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조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기존까지 베트남 생산분 대다수를 미국이나 유럽연합(EU)에 수출했는데, 이 방식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한국으로 들여오고 한국과 브라질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미국에 보내는 식으로 관세를 줄여내는 것이다.
또 베트남 내 생산 물량을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로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베트남에 이어 전 세계 물량의 약 30%를 소화하는 인도 자카르타 공장은 내수 물량을 소화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소피아 황-주디에쉬 전 토미힐피거 북미 대표를 리테일(소매) 전략 글로벌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는데, 이번 수시 인사도 관세 대응책 마련과 관련이 있다는 업계의 시각이 지배적이다. 캐나다 출신 한인인 소피아 황 신임 부사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적극 대응하면서 북미 유통망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부품사인 삼성전기도 베트남에서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생산 중인데, 관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삼성전기는 당장 뾰족한 수를 내놓기 보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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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위치한 LG트윈타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LG전자와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위치한 공장에서 세탁기와 전장 등을 생산 중이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와 일부 전자 부품도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LG전자도 '제조 스윙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 시설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다른 국가로 생산을 전환하는 전략으로, 제조 비용 경쟁력을 고려해 생산지를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LG전자 베트남 생산 물량 일부가 북미로 수출되는데 이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국 내 현지 생산 시설을 늘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LG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지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관세 조치는 중국을 우회한 동남아 생산 기지까지 압박하는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략"이라며 "인도 및 멕시코, 북미 내 생산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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