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 외국인 접근성도 반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을 타깃한 금융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전용 상담센터를 구축하거나 일요일에도 점포를 운영해 고객 편의를 강화하는 식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금융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내걸어 은행권에 시정할 것을 요구한 만큼, 은행들의 외국인 서비스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56만명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국내 은행의 외국인 고객 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총 81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은행권 외국인 고객 수는 지난 2021년 714만명, 2022년 741만명, 2023년 776만명 등 매해 30만명대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 최근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을 타깃한 금융서비스를 확충하고 있다. 외국인을 위한 전용 상담센터를 구축하거나 일요일에도 점포를 운영해 고객 편의를 강화하는 식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금융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내걸어 은행권에 시정할 것을 요구한 만큼, 은행들의 외국인 서비스는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개점한 하나은행의 외국인 전용 특화점포 '평택외국인센터점'으로, 창구에 실시간 다국어 통번역 시스템과 투명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다./사진=하나은행 제공


이 같은 외국인 고객 확장세에 대형 시중은행들도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외국인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어 고객상담센터의 영어·베트남어·러시아어 상담서비스를 주말에도 제공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디지털라운지 화상상담을,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점 대면상담 서비스 등을 특별히 제공하고 있다. 상담 가능 언어는 영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몽골어·태국어·러시아어·캄보디아어·필리핀어·인도네시아어 등 총 10개국어다.

이 중 신한은행이 세 가지 언어 서비스에 집중한 건 외국인 중심 영업점 방문객의 다빈도 국가를 고려한 조치다. 이에 고객상담센터는 일요일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세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주요 상담범위는 △외국어 상담 지원 및 통역 서비스 △환전·송금 등 외환상담 업무 지원 △인터넷뱅킹·신한 SOL뱅크·신한 SOL글로벌 등 주요 앱 사용안내 △외국고객 점포 안내 등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외국어 서비스 운영 확대로 금융 상담을 주말에도 편리하게 이용하시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을 위한 상품 및 서비스를 확대하고 금융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타행에서도 외국인 고객센터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인 '글로벌 데스크'를 확충하고, 일부 영업점에 한해 일요일에도 개장하고 있다. △본점영업부(미국·중국 특화) △광희동금융센터(몽골·러시아 특화) △의정부금융센터(태국·캄보디아 특화) △김해금융센터(인도네시아 특화) 등 4곳이 대상이다. 이 중 의정부·김해 센터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광희동금융센터는 2·4째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은행 문을 연다. 해당 센터에는 국가별 현지인 직원을 전진 배치해 △계좌개설 △스마트뱅킹 △환전/송금 업무 외 고객 맞춤형 금융상품 상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평택외국인센터점'을 비롯 안산·김해·천안 등 16개 영업점에서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개장한 평택센터점에는 △AI기반 실시간 다국어 통번역 시스템 △외국인 손님 은행 업무 안내 디지털 기기 △다언어 서양식 작성 도움 프로그램 등이 도입됐다. 또 외국인 창구 직원 및 38개국 언어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 언어적 어려움을 덜었다.

지방금융권에서도 외국인 모객 움직임은 활발하다. 가장 외국인 서비스 확대에 적극적인 곳은 JB금융지주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달 27일 연임과 동시에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꼽은 바 있다. 그동안 JB금융은 외국인 영업조직을 확대하고 전담콜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또 은행부문 계열사인 JB전북은행은 경기도 수원에 외국인 고객 전담 '브라보 코리아(BRAVO KOREA) 고객센터'를 매일 오후 10시까지 운영 중이다. 17개국 출신 전담직원을 약 40여명 배치한 게 특징이다. 계열 은행인 광주은행도 올해 2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광주 광산구 흑석동에 '외국인금융센터'를 개점했는데, 4개국(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몽골) 외국인 직원을 창구에 배치했다.

BNK부산은행은 외국인 고객의 이용 편의성 및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미래형 디지털 채널인 디지털데스크의 외국인 금융서비스를 확대했다. 지원 언어가 기존 4개(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에서 우즈베크어, 네팔어, 벵골어를 추가해 7개로 확대됐다. 또 외국인 유학생의 방문이 잦은 대연동금융센터, 반송동지점, 부평동지점 등 3개 영업점의 디지털데스크를 '외국인 유학생 상담 창구'로 지정하고, 외국인 고객 금융 업무에 특화된 화상상담 직원을 배치했다.

이 외에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한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관광객 전용 플랫폼 'WOKA'를 운영하는 '원더라운드'와 지난 10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우리은행은 향후 2년간 WOKA 플랫폼과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환율 우대 환전 △원화 출금 △선불카드 충전 등을 해당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권의 이 같은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 도입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9일 열린 공정금융 추진위원회에서 외국인이 편리하게 은행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합리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당국은 연내 은행별로 중요 신청서류(예금거래 신청서, 제신고·변경·(재)발급 의뢰서, 금융거래목적확인서 등)를 중심으로 영문 번역본을 우선 마련하고, 모바일앱에서도 이를 제공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또 은행 모바일앱에 영문 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비대면 본인인증에 어려움이 없도록 영문성명 입력가능 글자 수도 늘리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와 은행 홈페이지 등에는 외국인 특화점포별 제공언어, 처리가능 업무 등을 구체적으로 안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위원장)은 "외국인 고객이 지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금융거래를 활성화하고 금융거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업계 등과 적극 협력해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전날 개최한 '2025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설명회'에서도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제고 노력여부 평가기준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현행 실태평가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노력 평가대상을 고령자와 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27~2029년부터 당국은 평가대상에 이들과 더불어 격오지 주민, 외국인 등도 함께 반영해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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