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포함한 정책금리를 또다시 인하했다. 무역전쟁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 연속 금리인하 행보다.

ECB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기존 2.50%에서 2.25%로, 기준금리를 2.65%에서 2.40%로, 한계대출금리를 2.90%에서 2.65%로 각각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번 결정으로 ECB 예금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4.25~4.50%)와의 격차가 최대 2.25%포인트로 벌어졌고, 한국은행 기준금리(2.75%)와도 0.50%포인트 차이를 보이게 됐다.

ECB는 지난해 6월 고금리 정책을 완화로 전환한 뒤, 같은 해 9월부터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하해 예금금리는 10개월 만에 1.75%포인트 하락했다.

   
▲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초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통화정책이 유의미하게 덜 제약적이 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본격적인 관세정책이 시작되면서 유로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ECB는 다시 한번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무역긴장 고조로 유로존 성장 전망이 악화했다"며 "증가하는 불확실성이 가계와 기업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무역긴장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반응과 변동성은 금융 여건을 긴축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경제 성장에 하방 위험이 커졌다"며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수출을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에너지 가격 하락과 유로화 강세는 인플레이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국방 및 인프라 지출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은 반대 방향의 압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는 미국과 EU 간 상호 25% 관세 부과 시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상호관세와 불확실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은 ECB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예금금리는 ECB가 추정하는 '중립금리(1.75~2.25%)' 상단에 도달했으며, ECB는 통화정책 자료에서 그간 사용해온 '제약적'이라는 표현도 삭제해 완화 기조가 강화됐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ECB가 6월 추가 인하 후 연말까지 예금금리를 2.00%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시장은 연말까지 1.68%까지 인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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