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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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한은은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에서 한 템포 쉬어가기를 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부과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출피해와 부진한 경기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인하 필요성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가계부채 상황 등을 살펴봤을 때, 일단 금리를 동결해 이후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10원대로 내려왔지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1.75%p)가 더 확대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과 원화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통화정책에 미친 영향과 관련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비유하며 "미국 관세정책 강도와 주요국 대응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발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1.5%)도 하향 조정이 유력시된다. 이 총재는 "2월 전망 시나리오가 낙관적이었다"며 "1분기 성장 부진을 고려했을 때 5월에 발표될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5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경기상황 평가'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 속에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중 경제 심리가 다시 위축됐고, 대형산불,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 수요 이연 등의 요인들이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통상여건 악화로 향후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된 가운데 주요 예측기관들의 전망도 어둡다. 지난 10일 현재 주요 40여개 IB 등 시장 참가자들의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 중윗값은 1.4%, 하위 25%는 1.1%다. 기존 전망치보다 하향 조정됐으며, 높은 불확실성 속에 전망 분포도 넓어졌다.
한은은 "올해 국내 성장률은 글로벌 무역 협상 진전 추이와 추경의 규모와 시기, 경제 심리의 회복 속도에 크게 영향받을 것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미국 상호관세가 당분간 유예되고 향후 미국과 여타 국가 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텐데,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성장률 전망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 조사국은 무역 협상 진행 과정과 주요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을 점검해 다음 달 경제전망에 구체적인 전망 수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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