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 이어 우리도 개시…"수익보다 고객정보 확보 목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은행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을 지난 18일 본격 출시했다. 격화되는 알뜰폰 시장 경쟁 속 경쟁사인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비금융 시장에 참전하면서 진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하기보다 가입하는 소비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함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을 정식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 은행 부수업무 공고 이후 알뜰폰 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관련 전담조직인 모바일사업플랫폼부도 신설했다. 이어 올해 3월 6일 알뜰폰 사업을 위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완료하면서 본격 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게 됐다.

   
▲ 우리은행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을 지난 18일 본격 출시했다. 격화되는 알뜰폰 시장 경쟁 속 경쟁사인 KB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이 비금융 시장에 참전하면서 진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으로 수익을 확보하기보다 가입하는 소비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신규 고객 유입을 유도하기 위함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우리은행 제공


새 서비스 개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업계 최초로 18세 이하 청소년이 비대면으로 요금제를 셀프 개통할 수 있도록 구현한 점이다. 또 은행 애플리케이션인 '우리WON뱅킹'과 전용 홈페이지에서 완전 비대면으로 간편 개통할 수 있는 게 특징인데, 사용자 중심의 간편한 사용자경험(UX)을 적용해 가입 절차도 간편하다.

요금제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해 월 5000원부터 3만원대까지 총 34종에 달한다. △일반요금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할인 요금제 △급여이체 실적에 따라 할인되는 직장인 요금제 등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요금제도 있다. 우리은행의 급여이체, 연금상품 보유, 카드 사용 등 주거래 고객이거나, 예적금 상품을 보유할 경우 금융실적 및 요금제에 따라 월 최대 3300원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또 개통 후 2개월 간 조건 없이 최대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가입해 결합하면 추가 데이터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우리카드와 합작해 '우리WON모바일 전용카드'를 출시했는데, 이 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이체하면 전월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2만 5000원까지 청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 통신 연계 고금리 적금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고객들의 사후 관리를 위해 금융서비스 수준의 높은 신뢰성과 보안성을 갖춘 통신전담 고객센터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상담봇, 챗봇, 톡상담, 일 대 일 문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담서비스를 지원한다.

이에 경쟁사이자 은행권 최초 사업자인 KB국민은행의 'KB리브모바일'은 알뜰폰 유심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견제에 나섰다. 기존에는 KB리브모바일 홈페이지 외 영업점이나 편의점 방문으로 유심을 수령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유심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유심 판매 가격은 1100원에 불과하며, 구매한 유심은 연중무휴 무료 배송으로 익일 수령이 가능하다. 

이처럼 두 은행이 알뜰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당장 알뜰폰 사업에서 수익을 누리기 어려운 게 발목을 잡는다. 6년 전 알뜰폰 서비스를 시작한 KB국민은행은 통신 3사(SKT·KT·LGU+)와 모두 협약해 소비자 망선택권을 확보하고, 요금제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적자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첫 사업을 개시한 우리은행이 LGU+ 망만 활용하는 만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은 셈이다.

다만 알뜰폰 고객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기존 은행에서는 접하지 못하는 통신 데이터로 고객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새 금융상품 출시 및 맞춤형 금융상품을 제안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알뜰폰 주 고객층인 2030세대와 10대 청소년이 알뜰폰 고객인 동시에 은행의 주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급여이체, 카드사용 등의 조건을 달아 통신요금 인하를 패키지로 내놨는데, 이를 통해 젊은 층을 주 거래은행으로 유인하는 '락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여전히 알뜰폰 시장에서 적자인데,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에서 큰 수익을 누리기 위함은 아니라고 해석된다"면서 "그보다 미래 고객층을 주거래은행으로 유인할 수 있고, 통신사업으로 소비자 유형을 파악할 수 있는 게 주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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