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올 1분기에도 대규모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파티를 벌였지만, 연체율·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에서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졌는데, 대손충당금 추가 확보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 때 갚지 못하면서 부실채권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NPL잔액은 4조 822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3조 9493억원 대비 약 22.1% 급증했다. NPL잔액이 4조 8000억원을 넘어선 건 지난 2018년 6월 이후 처음이다. NPL은 연체가 3개월 이상 진행돼 원리금을 회수할 수 없는 대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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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시중은행들이 올 1분기에도 대규모 이자이익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파티를 벌였지만, 연체율·고정이하여신(NPL)비율 등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에서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졌는데, 대손충당금 추가 확보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NPL잔액이 늘면서 NPL비율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의 1분기 NPL비율은 0.40%를 기록해 지난해 말 0.32% 대비 약 0.08%p 상승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0.24%에서 0.31%로, 우리은행이 0.23%에서 0.32%로 각각 0.07%p 0.09%p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0.29%로 대동소이했다.
NPL 확대를 부추기는 건 기업대출이다. 은행별 기업·가계대출 NPL비율을 살펴보면, 모두 기업대출이 가계대출을 압도했다. 국민은행의 올해 3월말 기업대출 NPL비율은 0.56%로 전분기 대비 약 0.12%p 상승했다. 가계대출 NPL비율은 0.17%에서 0.19%로 소폭 상승에 그쳤다. 신한은행도 기업대출 NPL비율은 0.34%로 전분기 대비 약 0.09%p 상승한 반면, 가계대출은 0.04%p 상승한 0.26%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경우 중소기업대출 NPL비율이 0.16%p 급등한 0.51%에 육박했는데, 가계대출은 0.04%p 상승한 0.18%에 그쳤다.
이에 기업대출 연체율도 크게 악화됐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39%로 지난해 4분기 0.31% 대비 약 0.08%p 악화됐다. 이는 지난 2018년 1분기 0.41%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우선 우리은행이 0.43%로 직전 분기 0.32% 대비 약 0.11%p 급등했다. 4대 은행 중 최대 증가 폭이다. 이어 국민은행이 0.40%를 기록해 전분기 0.30% 대비 약 0.10%p 상승했고, 신한은행도 0.37%로 직전분기 0.29% 대비 약 0.08%p 상승했다. 하나은행은 0.35%를 기록해 직전 0.33% 대비 약 0.02%p 상승했다.
이자이익으로 역대급 순이익을 맛본 시중은행들과 달리 지방은행은 순이익 감소에 건전성 악화까지 더해져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방은행권은 과거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에 따라 오랫동안 지역 중소기업 대출비중을 늘려 왔는데, 최근 지역경제 부실화에 부동산PF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부실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NPL비율의 경우, BNK 계열인 부산·경남 두 은행이 2배 가량 폭등했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1분기 0.44%에서 올해 1분기 1.10%로 대폭 치솟았고, 경남은행도 같은 기간 0.46%에서 0.82%로 0.36%p 급등했다. 전북은행은 0.95%에서 0.98%로, 광주은행은 0.54%에서 0.79%로 치솟았다. 대구 고객이 많은 시중은행 iM뱅크도 0.72%에서 0.82%로 상승했다.
연체율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전북은행에 이어 iM뱅크도 1%를 넘어섰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1분기 1.56%에서 1.59%로 더욱 악화됐다. iM뱅크는 지난해 1분기 0.64%로 안정적 수준을 이어갔지만 올해 1분기 1.09%까지 대폭 치솟았고, 광주은행도 0.67%에서 0.97%를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0.62%에서 0.73%로, 경남은행은 0.45%에서 0.68%로 각각 치솟는 등 5개 은행 모두 연체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처럼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건 경기 부진 속 대출 가산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서다. 대출 준거금리는 기준금리 하락세에 발맞춰 내리고 있지만,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하에 인색하면서 취약 대출자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발 대규모 관세부과 여파로 수출·제조기업 등에 충격이 가해지면 기업대출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우량 기업 차주를 선별해 지원하고, 한계 기업에 대해서는 대출공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체율 상승이 계속되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부담이 확대돼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악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한편 당국은 앞으로도 은행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확대를 비롯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2월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발표하면서 "향후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 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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