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글로벌 무역 흐름에 제동을 걸면서 항공업계의 화물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들어 항공화물 운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인천공항을 통한 물동량도 감소세다. 특히 팬데믹 이후 생존 전략으로 화물 사업에 힘을 실어온 LCC(저비용항공사)들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항공화물 운임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화물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발틱항공화물운임지수(BAI)는 지난해 12월 2602에서 올해 3월 10일 기준 2033까지 떨어지며, 3개월 새 21.9% 하락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부과 조치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항공 물동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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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항공기./사진=대한항공 제공 |
인천공항의 항공화물 실적도 주춤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화물 처리량은 69만5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월별로는 △1월 22만1616톤(도착 11만44톤·출발 11만1572톤) △2월 21만1990톤(도착 11만772톤·출발 10만1218톤) △3월 26만1412톤(도착 13만4293톤·출발 12만7120톤)으로 조사됐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럽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한 물동량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전체 흐름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화물 부문은 국내 항공사 실적의 '효자' 역할을 해온 만큼, 운임 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16조1166억 원) 가운데 화물 부문 매출은 27.4%인 4조4116억 원이었고, 아시아나항공도 전체 매출의 약 28%를 화물에서 벌어들였다. 지난해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운임이 높게 형성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관세 리스크에 따른 운임 하락이 이어지며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 당시 여객 수요 급감으로 경영 위기를 겪은 LCC들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화물 운송을 적극 확대해왔지만, 당분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월 인천~방콕 노선을 시작으로 화물 사업에 본격 진출했으며, 도쿄·오사카·타이베이·상하이·정저우 등으로 노선을 빠르게 확대했다. 에어프레미아는 미국을 포함한 6개 노선에서 화물 수송을 진행 중이고, 연내 추가 노선 확대도 예고한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노선 확장에 발맞춰 대형기를 중심으로 화물 운송을 늘리고 있다.
업계는 당장 가시적인 타격은 크지 않지만 운임 하락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시장 확대 등으로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화물 부문 수익성 악화는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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