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주 안에 부과율과 시점 밝힐 것…불공정한 약가 정책"
무협, "품목, 기업별 상황 고려 않은 일률적 조치 부작용 따를 것"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하면서 고율 관세 부과가 예고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대미 수출에 타격이 예상돼 정부와 업계는 공생이라는 관계성을 강조하기에 나섰다.

   
▲ 지난 달 3일 상호관세 발표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의약품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사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 또는 기타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완제의약품, 원료의약품(API), 백신, 항생제 등 주요 의약품 전반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율과 정확한 시점은 2주 안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외국이 미국에 불공정한 약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내 의약품 생산 확대와 수입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시사하는 부분이다.

미국은 현재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의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다. 이 중 한국은 미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기준 약 40억 달러를 수출해왔다. 이는 한국의 의약품 수출 전체에서 42.8%에 달하는 수준이다.

만일 관세 부과가 실현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는 신약 개발사를 비롯해 CDMO(위탁개발생산) 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CDMO기업들은 관세 부과 시 수익성 악화와 시장 확장 차질이 우려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미국 매출 비중이 25.8%에 달한다. 하지만 주로 완제의약품이 아닌 원료의약품(DS) 위주 수출이기 때문에 관세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료의약품은 완제 대비 관세율이 낮고, 전체 약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 미만이기 때문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미국 내 생산기지 건설보다는 국내 생산 확대가 더 효율적"이라고 밝히기도 했으며 "미국 내 인수를 위해 약 10곳의 시설을 검토했고 향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단기적으로 미국 내 9개월치 재고를 미리 선적해 두면서 대응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필요시 현지 위탁생산(CMO)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투자 검토 등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또한 현지 생산 확대나 현지 공장 인수도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업계 전반적으로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얼마만큼의 관세를 부과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재고 확보 △현지 생산 확대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 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에 보낸 반도체·의약품 관련 의견서 이미지./사진=연합뉴스

정부 차원에서도 의약품 관세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는 미국 상무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해 "한국산 의약품은 미국 내 의약품 공급 안정과 환자 접근성 제고에 기여하며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간 의약품 무역은 경제·보건 협력의 상징임을 부각하며 관세 부과 제외를 요청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일 "의약품 수출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없어 '232조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의약품에서 "한국 바이오 제약사들은 저렴한 의약품을 공급해 미국 내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며 "한국 업체들은 미국 원료 의약품을 기반으로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거나 미국 기업의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등 미국 기업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공생관계'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내의 의약품 시장에서 접근성을 중요시해 바이오 시밀러의 필요성을 부각한 것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미국 내 생산 확대, 현지 투자 유인 저하, 공급망 교한 등의 부작용을 경고하며 제품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관세 부과의 부정적 효과를 알리기도 했다.

조성대 무협 통상법무대응팀장은 "품목, 기업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이 일률적 관세 조치를 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며 "통상 조치로 인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통해 관세 조치 완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무협은 △미국산 원료 의약품을 임가공해 생산한 완제 의약품 △미국 내 의약품 접근성 제고에 기여하는 저렴한 바이오 시밀러 및 제네릭 의약품 △미국 바이오 제약 기업이 한국 기업에 위탁생산을 요청한 바이오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해줄 것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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