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을 통해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전장 사업에 더욱 힘을 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시선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 지 업계 내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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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미디어펜DB |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4858억 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오디오 기업 하만을 약 80억 달러 (당시 기준 약 9조40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9년 만에 가장 액수가 큰 M&A다.
하만이 바워스앤드윌킨스(B&A), 데논, 마란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이 회사를 인수한 까닭은 이 회장이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전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오디오 브랜드 확보를 넘어, 하만의 전장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특히 시장에선 이 회장의 이번 빅딜을 시작으로 또 다른 대형 M&A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금성 자산도 충분하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11조8418억 원으로 확인된다. 지난 2022년(3조9127억 원), 2023년(6조1115억 원)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현금성 자산 규모가 두 자릿수인 것이다. 이 같은 현금성 자산 규모는 대형 M&A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 전장 사업 점찍은 이재용 선구안 통했다
이번에 인수한 마시오 오디오 사업부가 보유한 브랜드 중에서도 B&W의 경우 BMW, 마세라티, 맥라렌, 볼보 등 프리미엄 차량 브랜드와 음향 부문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브랜드다. BMW에 공급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B&W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향후 전장은 물론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선보일 수 있는 브랜드 폭이 넓어졌다. 삼성전자 인수 후 하만의 매출은 60%가 전장사업(차량용 오디오 등), 25%는 컨슈머 오디오 및 음향장비에서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 추정하는 컨슈머 오디오 시장 규모는 올해 608억 달러에서 오는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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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5월 31일 '2024년도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열리는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오디오 브랜드 강화는 물론 이 회장이 강조했던 전장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고급 수입차에 탑재되는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인 만큼 관련 시장 점유율 확대와 높은 매출고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오디오 사업부 인수 외 그룹 주요 계열사에서도 전장 관련 성과가 나고 있어 이 회장의 판단이 통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삼성전자 부품 계열사 삼성전기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이 회사는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에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을 더욱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이 회장의 방중 성과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관하는 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하는가 하면 BYD 본사를 방문해 주요 경영진과 함께 왕촨푸 BYD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레이쥔 샤오미 회장과 회동 후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MLCC는 전자제품의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PC, IT 기기, 가전제품, 자동차 등의 제품에 쓰인다. 삼성전기는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공급 확대로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 AI·바이오·로봇…‘이재용표 빅딜’ 후보군 부상
인공지능(AI), 로봇, 메드텍(바이오·의료기술) 등 차세대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대규모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통해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 미디어 간담회에서 "기술에 국가가 개입된 경우가 있어 갈수록 M&A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AI와 로봇, 메디테크, 공조 쪽은 꾸준히 M&A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의료기기 분야 M&A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를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기반을 갖춘 바이오 기업 인수도 거론된다. 삼성은 그동안 바이오를 반도체와 함께 미래 핵심 축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글로벌 CMO(위탁생산) 사업 외에도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확보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독자 NPU(신경망처리장치) 개발과 글로벌 AI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관련 기술을 확보한 기업에 대한 M&A 추진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언급한 로봇 산업 역시 기술 내재화를 위한 전략적 인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 계열사라면 어느 곳이든 M&A 주체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며 "다만 이번 인수에 이어 전장과 연계된 AI, 로봇, 헬스케어 분야로 인수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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