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 측이 9일 밤 단일화 실무 협상을 진행했으나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약 20분 만에 또다시 결렬됐다.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 지지층과 무당층에게만 여론조사 응답기회를 주고 다른 당 지지자는 배제하는 방식이다. 해당 조항은 경쟁 정당 지지층이 상대 당의 최약체 후보를 일부러 선택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하는 장치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협상 후 기자들에게 “어떤 방식이든, 어떤 내용이든 당에 일임하겠다고 하신 한덕수 후보 말씀 믿고 오늘 와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면서 “그런데 이 자리에 온 한 후보 측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한발짝도 협의하지 않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협상 태도 자체가 요지부동 상황이었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저는 당 지도부에 요구해 한 후보 측이 당에 일임했다면 당 지도부에서 저와 협상해야하고 우리 당이 이렇게 멸망해 가는데 김문수 후보를 끌어내리고 한덕수 후보와 교체하려는 시도 하고 있다면 저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라는 건 무엇인가 맞아야 하지 않나. 저는 비교적 합리적 방안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
|
▲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재개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후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왼쪽)과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5.9 /사진=연합뉴스 |
또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통령 후보가 자기희생적으로 단일화 방식에 협의해서 결정되면 그에 따르겠다고 하고 협상에 나섰는데 그러면 최소한 요구조건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당 지지도 자체를 정당 지지 여부 묻지 말고 구성하자고 했는데 그건 안 된다고 한다. 그럼 뭘 일임한 건가. 전국민 상대로 거짓말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김 비서실장은 한덕수 후보가 역선택 방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왔느냐는 질문에 “우리 설문에 정당지지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라며 “무소속이 무슨 정당 지지를 물어서 결정할 필요가 있나”고 답했다.
한 후보 측에서 지금 요구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이상한 이야기를 했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다”면서 “당내 경선에서는 정당 지지 여부 물을 수 있다. 그런데 국힘 대통령 후보가 무소속과 단일화하는데 정당 지지 여부 물어서 결정한다는게 그게 정상적인 사안인가”라고 되물었다.
당에서 더 이상 협상 진행하지 않고 의원총회 과정으로 후보 교체를 시도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위법 부당한 행위로 저희가 좌시할 수 없다”며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정당한 여론조사를 통해서 단일화를 요구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잘못됐다”면서 “당사자인 우리 측에 어떠한 내용으로 물어보지도 않고 통보도 없었다. 불법조사로 즉각 중단돼야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표 금지 결정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공표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여기 의원들 돌려보거나 그거 통해서 어떤 결정하는 것도 전부 불법 행위임을 확인했다"며 "정당 소속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를 뽑는데 당원 동원은 불법으로 여론조사에 그런 내용이 포함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덕수 후보 측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협상은 일단 결렬됐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뽑는 단일화 과정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제외하겠다는 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했다.
손 전 비서실장은 “김문수 후보님 측에서 그 방법을 이야기하셨기 때문에 저희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면서 “다만 저희가 생각했던 가장 공정 합리한 방법은 김 후보께서 경선 때 승리하셨던 그 방법(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대상 여론조사)을 저희는 전적으로 존중하겠다 말씀드렸다. 저희가 제안한 합리적 방식은 김 후보가 승리한 방식인데 그걸 받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적으로 당 일임한다는데 조건 제시한 것은 말이 바뀐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건 국힘 후보를 선출하는 단일화”라며 “그 단일화에서 국힘을 지지하는 당원들이 동의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이재명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자는데 어떻게 동의하나”라고 되물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