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 대비...'유연한 생산체제' 전환 가속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제조 기업들이 ‘스마트 제조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 극대화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 100% 자동화 실현과 고도화한 팹(Fab) 물류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웨이퍼에 회로를 형성한 칩을 잘라 패키지로 조립하는 마지막 공정으로, 정밀성과 속도 모두 요구하는 작업이다. 이에 전공정과 달리 인력 투입률이 높기도 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태스크포스(TF)를 편성했으며, 2034년까지 100% 후공정 자동화로 전환해 품질 편차를 줄이고 수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예지보전 기술과 연계된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마련해 장비 가동률을 최적화하고, 생산 리드타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삼성전자의 후공정 라인 자동화율은 지난해 기준 30%로 확인된다. 이는 전년 5%와 비교해 6배 증가한 수준이다. 영역별로는 물류 자동화 99%, 설비 자동화 50%, 제조운영 자동화 90%, 품질 자동화는 70%대 수준이다. 

LG전자도 인공지능(AI) 기반 물류 로봇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속속 적용하고 있다. 공장 내 제품이나 자재를 물류 로봇으로 운반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AI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도 가능해 제조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 생산 시스템 설계와 운영 설루션인 디지털 트윈 기술도 십분 활용 중이다. 가상의 공장에서 최적의 운영 방법을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 하고 이를 통해 병목현상이나 불량, 고장을 사전 감지해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실제 경남 창원의 LG전자 냉장고 생산라인에 적용돼 생산성이 17%, 에너지 효율이 30% 개선됐으며, 불량 등으로 인한 품질 비용은 70% 절감됐다.

   
▲ 구광모 LG 대표(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미국 테네시에 위치한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사진=LG 제공


LG전자는 스마트 팩토리 시장 유망성을 엿보고 그간 쌓아온 제조 노하우를 사업화했다.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자체를 제공하는 것으로 주요 고객사로는 이차전지 제조업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물류업체 등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리서치는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이 지난해 214조 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까지 약 37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조업 경쟁력을 뛰어넘는 스마트 제조 기술은 향후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며 "자동화 제조 혁신은 기술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라고 말했다. 

◆ 스마트 제조 혁신, 대내외 불확실성 타개할 해법으로
삼성과 LG는 각각의 방식으로 제조 현장을 혁신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속도와 유연성’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에 방점을 찍고 있다. 단순 자동화 수준을 넘어 AI와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예측 기반의 유연한 생산 체계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각 기업에선 대내외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스마트 제조 혁신으로 비용 상승과 일손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 해결하면서도 글로벌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밖에도 생산 자동화와 제조 혁신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제조 혁신의 고도화 과정에서 일반적인 로봇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 내다본 것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에 따른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인력이 부족한 자동차·조선 등 업종에서 구인난의 타개책이 될 것이며 이후 의료나 다른 제조업 자동화 등으로 도입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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