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법·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입법예고…10월 중 국회 제출
고용보험 신고 폐지·간소화 및 실시간 소득자료 활용 인프라 구축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개편하고, 국세 정보로 파악된 근로자별 소득자료를 기반으로 가입 누락자를 직권가입시키는 등 30여 년 만에 고용보험 관리 체계를 손본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고용노동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용형태 다변화와 N잡, 잦은 입·이직 등 노동시장 내 유동성 증가에 따라 개인별 소득을 기반으로 한 고용보험 관리체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입법예고 사항은 지난 2023년 3월부터 노·사·전문가가 11차례 논의한 결과를 토대로 고용보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고용보험 도입 이후 30년간 유지해 온 근로자의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근로시간에서 소득으로 개편한다. 현재 근로자 고용보험 적용 기준은 소정 근로시간(주 15시간)이다. 그러나 소정 근로시간은 현장조사를 통해서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입 누락 근로자 발굴과 직권 가입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결과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돼야 함에도 사업주가 신고를 누락해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고용당국은 근로자 고용보험 적용 기준을 소정 근로시간에서 보수(소득세법상 근로소득-비과세 근로소득)로 바꾸기로 했다. 적용 기준이 소득으로 바뀔 경우 행정자료 중 가장 광범위한 국세소득자료에 대한 전산 조회만으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가입 누락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국세청에서 구축 중인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와 연계할 경우, 미가입 근로자를 매월 확인해 직권 가입시켜 고용보험 보호가 필요한 취약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복수의 사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각각의 사업에서 소득이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합산한 소득이 소득기준을 넘는 경우 근로자 신청에 따라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또한 징수 기준이 월 평균보수에서 실 보수로 변경된다. 그동안 사업주는 근로자 보수에 대한 신고를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에 각각 해 왔다. 사업주가 국세청 신고와 별개로 매년 3월 15일 근로복지공단에 근로자에게 지급한 전년도 보수총액을 신고하면 공단은 전년도 월 평균 보수를 기준으로 당해연도 고용·산재 보험료를 부과하고, 실 보수와의 차액은 다음 연도 보수총액 신고 시 별도로 정산했다. 사업주는 국세신고와 고용·산재보험 보수신고를 이중으로 해야 하는 불편과 전년도 보수와의 차액을 다음 연도에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부담 등이 있었다.

이번 소득세법 개정으로 내년 1월부터 사업주가 매월 상용근로자 국세소득을 신고하게 되고, 고용·산재보험료 징수 기준은 전년도 월 평균 보수에서 국세청에 매월 신고하는 당해 연도 실 보수로 변경된다. 즉 사업주의 근로복지공단 보수총액 신고 의무는 없어지고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이 고용·산재보험료 부과 기준이 되는 것이다. 사업주가 국세청에 소속 근로자의 근로소득을 한 번만 신고하면 고용·산재보험료 관련 보수 신고도 한 것으로 간주해 이중신고 부담이 줄어든다. 당해연도 실 보수 기준으로 보험료가 부과·징수되면 다음 연도에 실제 보수와의 차액에 따라 정산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아울러 급여 기준도 임금에서 실 보수로 변경된다. 현재 고용보험료 징수 기준은 보수이고, 구직급여 지급 기준은 평균임금으로 서로 다르다. 구직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이직 전 임금을 추가로 확인해야 했고, 사업주는 임금을 포함한 이직확인서를 고용센터에 신고해야 해서 신속한 급여 지급이 어려웠다.

구직급여 산정 기준을 보험료 징수 기준인 보수로 바꾸면 보험료 징수 기준과 급여 지급 기준이 같게 된다. 구직급여액이 일시적 소득 변동에 좌우되지 않도록 산정 기간도 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서 이직 전 1년 보수로 바뀐다. 납부한 보험료(실 보수)에 따라 간편하게 구직급여액을 산정하고 구직급여 지급 행정절차도 빨라진다. 

고용당국은 현재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육아휴직급여와 육아기근로시간단축급여 지급 기준도 보수로 개편(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하는 등 고용보험 사업 전반의 지급 기준을 보험료 징수 기준과 일치시켜 나갈 계획이다.

고용부는 향후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개정안을 올해 10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권창준 차관은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이 다른 사회보험의 관리체계 개선 방향도 제시할 것"이라며 "향후 고용보험 행정을 통해 구축된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는 지원이 꼭 필요한 사람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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