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저축은행에서도 대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축은행 고객은 은행의 대출 한도가 부족해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추가 대출을 해주기 어렵게 된 것이다.
또 저축은행업계는 이번 ‘6.27 대출 규제’로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 등 금융취약계층이 제도권을 이용하지 못하고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전날 회원사를 대상으로 ‘가계부채 관리 강화’ 관련 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임원 회의를 열었다. 가계대출 담당 임원이 참석 대상이다. 중앙회는 회의에서 모인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신용대출 규제 완화를 요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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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앞서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수도권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전면 제한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지난달 27일 발표하고, 28일부터 시행했다.
이와 함께 신용대출 한도도 전 금융권을 합산해 차주의 연 소득 이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연 소득의 최대 2배까지 한도가 허용됐으나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꺼낸 것이다.
다만 연 3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신용대출이나 상속 등 불가피하게 대출 채무를 인수하게 되는 경우 한도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햇살론,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같은 서민금융 상품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번 규제로 저축은행은 사실상 신용대출 영업이 어렵게 됐다. 저축은행 고객의 경우 상당수가 다중채무자로 이미 연 소득에 준하는 수준의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연 소득 1배 규제 적용 시 대출 한도가 줄거나 아예 승인이 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저축은행들은 6.27 대출 규제 시행 후 기존 연 소득의 1~2배까지 내주던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줄였고, 저축은행별 신용대출 승인율은 기존보다 50%에서 많게는 80% 이상 급감했다.
저축은행은 또 민간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기존 요구와도 맞지 않는 규제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은 최근 발표한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에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 시 민간 중금리대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등 민간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공을 들여왔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부작용으로 저신용자가 피해를 보게 됐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이미 연 소득 1배 한도가 다 차서 오기 때문에 대출을 더 내줄 수가 없다. 전에는 신용대출로 100억원을 내줬다고 하면 지금은 50억원이 나가면 다행이고 10억~20억원 수준으로 나가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저신용자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으로 법정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 시장도 위축되면서 불법 사금융을 찾는 저신용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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