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15% 상호관세 협의…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적용
현지 생산 및 공급망 안정 명분 변함 없어…미국 내 공급망 내재화 시급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미국과 일본이 합의한 15%의 관세가 의약품에도 동일 적용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도 경고 신호가 떴다.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에도 예외 없는 관세를 적용하면서 한국 역시 유사한 수준의 의약품 관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번지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워싱턴 D.C. 백악관 웨스트 윙 외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맞이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반도체, 농산물 등 주요 품목을 묶는 '패키지 딜' 방식의 협상을 진행했다. 의약품도 패키지 딜에 포함돼 실질적 투자 확대와 시장 개방 등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양보 없이는 관세 면제나 유예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의약품에 높은 관세를 부여하고 미국 내 제약 생산을 촉진하는 '리쇼어링'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제약산업에 있어서는 최대 200%의 고관세 도입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하기도 했다. 초기엔 낮은 관세로 시작해 1년 가량의 유예기간을 주는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하지만 7월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기존 예고됐던 25%의 관세에서 일괄 15% 관세를 적용하는 협정에 합의했다. 기존 논의됐던 자동차나 반도체와 달리 의약품도 별도 면제 없이 15%의 관세를 적용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당초 10%의 관세 카드가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일본 정부 역시 유의미한 반발 없이 직접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의약품도 별도 이행 절차 없이 곧바로 15%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라면서도 “최종적으로 세부적 제품 코드별 해석이나 실무조정 논의는 후속 협의에서 가능”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미국과 일본의 의약품 관세 합의는 한국의 관세 합의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선 일본이 의약품에 대해 별도 유예 없이 즉각 15% 관세가 적용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 또한 단계적 적용이나 품목별 면제를 어렵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에 부담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은 안보 동맹국인 일본에도 통상 이익을 앞세워 예외 없는 엄격 적용 원칙을 관철했다. 한국 역시 대미 제약 수출에서 별도의 감면, 유예 등 완화 조치를 기대할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시사점은 패키지 딜이다. 자동차·반도체·농산물·의약품 등을 묶어 전체적인 상호 양보 속에서 ‘관세 인하’ 또는 ‘관세 예외’를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이 자국 내 투자, 농식품 수입 확대, 공급망 협력 등 포괄적 양보를 먼저 요구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일본 역시 대규모 투자 확약이 미국 시장 내 관세 인하의 핵심 조건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투자 및 R&D(연구개발) 확대, 바이오·CDMO(위탁개발생산) 등 현지화 전략이 관세 인하 혹은 유예 조건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선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현지 생산과 공급망 안정을 명분으로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만큼 단일 품목별 면제 요청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한미 ‘2+2 통상협의’ 등을 활용해 한국산 의약품이 미국의 보건 안보와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킬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한미 2+2 통상협의가 돌연 취소돼 산업별 협상력 제고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국내 제약업계 역시 미국 시장 내 합작사 설립, 기술협력, 제조시설 확충 등 장기적인 미국 내 공급망 내재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 사례에서 보듯 미국의 이번 관세 정책은 자국 산업보호와 공급망 우선주의를 명분으로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단호한 적용이 기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모든 전략 품목에 대해 별도 유예, 감면 없이 즉각 고율 관세가 도입될 수 있다”며 “한국도 현실적 협상 대가 없이 일방적인 관세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실질적으로 한국에도 즉각적·동일한 수준의 의약품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신호”라며 “별도 유예나 면제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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