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안보실장 “2003년 이래 공동선언 채택 안돼…공동기자회견으로 대체해와”
“일측 참모·각료 대거 참석한 친교 만찬 뒤 양 정상 내외만 별도 친교 시간 가져”
이 대통령, 이시바 총리 초청하며 “서울 말고 지방서 열자”…공통 관심사 반영돼
이시바, 李의 자전적 대담집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마련 사인 요청
[일본 도쿄=미디어펜 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개최한 결과 채택한 공동 언론발표문은 한일 정상간 17년에 이뤄진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현지시간) 일본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어 “한일 양국간 공동선언은 2003년 이래 채택된 적이 없었고, 공동언론발표문은 그동안 발표된 적이 있었지만, 공동 기자회견으로 갈음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역사를 찾아보니까 한일 정상이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한 것은 17년만”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좀 급하게 추진됐기 때문에 실무진 사이에 공동 문서를 만들지 않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이 대통령이 모처럼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계기이므로 공동 문서를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해서 다시 양국 실무진 사이에 협의를 거쳐서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2주만에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2개월만에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다시 개최해 양국간 셔틀외교가 조기에 재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국의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6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서 기념촬영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5.8.23./사진=연합뉴스

위 실장은 “전날 한일 정상간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이 2시간동안 이어졌다. 특히 당초 20분으로 예정돼있던 소인수 회담은 1시간동안 진행됐는데, 이 시간에 두 정상이 한일 관계와 한미일 협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확대 회담에서도 양 정상간 한일 관계의 전반에 대한 것과 양국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한다.
 
위 실장은 “양 정상이 두달 만에 다시 만났는데도 오랜 시간 회담을 가진 것은 그만큼 지역과 국제 정세가 격변하고 공동으로 대응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양 정상이 인정하고, 또 양 정상이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인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한일 정상간 친교 만찬엔 양 정상 내외와 공식 수행원까지 모두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고 한다. 일본에서 이와야 다케시 외무대신을 비롯해 나카타니 겐 방위대신,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 안보보좌관 등 이시바 총리의 측근 정치인들과 각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만찬 메뉴로는 일본측이 ‘카레 마니아’로 알려진 이시비 총리가 좋아하는 ‘이시바 식 카레’와 이시바 총리의 고향인 도토리현의 맥주, 이 대통령 고향인 안동의 대표 음식인 안동 찜닭과 안동 소주 등을 마련해 화합을 상징했다.

특히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친교 만찬 이후 4명의 정상 내외만 따로 친교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위 안보실장은 “두 정상간 친교 시간은 정상회담이 열린 총리 관저에 있는 다다미방(일본 말로 ‘화실’)에서 이어졌고, 4분이 식후주를 하면서 친분을 더욱 돈독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위 실장은 “일본 일론에서 한국의 보수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는 ‘기쁜 서프라이즈’라는 표현도 했을 만큼 셔틀외교의 조기 복원 외에도 일본과 미국을 연계 방문하는 시기에 한일 및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부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와 양국 정상 부부 친교 행사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8.24./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

“그동안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 미국이 주도해서 한미일 3국 협력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해서 일본을 방문하고 연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모양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일본측에서 이재명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것을 알 수 있고, 이 대통령의 대외 전략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자전적 대담집인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의 일본어판을 준비해와서 이 대통령의 사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또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의 방한을 초청하면서 “가능하면 지방에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이는 양 정상이 공통적으로 지방 발전에 대해 관심이 큰 것을 반영한 말이었다”며 “우리는 ‘지방 균형 발전’이라고 표현하고, 일본은 ‘지방 창생’ 표현을 한다. 지방 발전과 함께 자살률 대책은 두 정상이 정치인으로서 오랫동안 화두로 삼고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한일 양국은 차관급 전략회의 운영에 대해서도 협의됐다고 한다. 위 실장은 “한일 간 정상을 포함한 각급 레벨에서 소통과 전략적 대화를 늘려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며 “현 수준보다 차원을 높여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