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국내외 경기 침체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국내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AI(인공지능) 인재 확보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AI 기술 패권 싸움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관련 인재 확보는 곧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유능한 AI 인재 유출부터 막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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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채용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주요 IT 기업들은 AI 등 각 분야에서 신규 채용에 나선다.
최근 카카오그룹이 창사 이후 첫 그룹 공채에 나서며 젊은 AI 인재를 대대적으로 채용할 방침을 전한 데 이어, SI(시스템개발) 기업인 LG CNS도 산학협력 확대와 신입 채용을 병행해 차세대 AX(인공지능 전환) 인재 확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LG CNS는 AI 분야 11개 직무에서 경력직 채용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등에서도 AI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에서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게임 업계에서도 AI 개발 분야를 따로 설정하는 등 관련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이 같은 기조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고용난이라는 고비를 넘는 데 기업이 정부와 함께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고 주문한 가운데, 특히 AI 기술 경쟁력이 향후 생존과 직결된다는 인식 속에서 기업이 '미래 인재 확보'와 '청년 일자리 창출'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AI 인재 유출 막으려면… 처우·연구개발 환경 정비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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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픽사베이 제공 |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향후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과학기술에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고급 AI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한국은 AI 인재 유출이 심각한 실정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HAI) 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1만 명 당 AI 인재 유출입자수는 -0.36으로 기록됐다. 인구 1만 명당 0.36명의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2022년 -0.04, 2023년 -0.30에서 더 악화된 수치로, 주요 선진국인 룩셈부르크(+8.92), 독일(+2.13), 미국(+1.07) 등과 대조적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해외 인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유출이 가속된다는 뜻이다.
또 최근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최연소 임용 기록을 세웠던 국내 통신 분야 석학이 중국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연구 현장에서는 AI 인재 해외유출 체감도가 더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인재 유출 문제는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서 더 높은 연봉과 처우를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AI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 내 대학 및 연구기관의 경우 한국보다 2~4배에 달하는 높은 연봉과 정년 연장, 각종 실험 지원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인재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과학기술 혁신을 국가 최중요 과제로 보고 과학자 우대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어 한국에 비해 이공계 석학의 위상이 더 높다.
더 좋은 인프라가 갖춰진 해외 연구 환경이 우수 인재들에게 더 매력적인 유인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과기한림원의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정회원 200명 중 61.5%가 5년 이내 해외 연구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으며, 이들 중 82.9%는 중국에서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65세 이상이 더욱 많은 영입 제안을 받았으며 상당수는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국에서도 고급 인력이 정착해 연구 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합당한 처우와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 채용 확대, 인력 양성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 개발 환경과 처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유능한 인재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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