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상승, 대출규제…고정형·변동형 일괄 상승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현행 2.50%로 세 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역설적으로 거듭 상승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과 '신규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가 최근 다시금 상승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도리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3일 기준금리를 현행 2.50%로 세 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역설적으로 거듭 상승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연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상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실제 은행권 고정금리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는 곧 3% 재진입을 앞두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공시에 따르면 금융채(은행채, 무보증, AAA) 5년물 금리는 지난 23일 2.983%로 전날 2.936% 대비 약 0.047%포인트(p) 상승했다. 5년물 금리는 올해 3월 28일 3.016% 이후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는데, 4월(30일)과 5월(7일) 각각 2.685%를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5년물 금리는 다시금 반등했는데, 지난달 24일 2.900%를 기점으로 최근까지 2.9%대에서 거듭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대표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이날 현재 연 3.40~5.70%에 형성돼 있다. NH농협은행의 'NH주택담보대출_5년주기형'이 연 3.40~5.70%로 비교군 중 가장 낮은 최저금리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3.60~5.00%,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아파트론2(혼합)'이 연 3.625~4.825%,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73~5.13%,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연 4.15%부터 등으로 나타났다.

최저 3%대 금리의 주담대가 곳곳에서 포착되지만 △신용카드 이용실적 △자동이체 실적 △급여이체 실적 △예금 관련 실적 등을 고루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대출자가 3%대의 대출금리 혜택을 누리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신규코픽스를 기반으로 하는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52%를 기록해 8월 2.49% 대비 약 0.03%p 상승했다. 코픽스는 지난해 10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는데, 12개월만인 지난달(9월) 0.03%p 반등하며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에 신규코픽스 6개월물을 채택하는 은행권 변동형 주담대 상품 금리는 연 3.88~5.562%를 기록해 자사 고정형 상품 금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88~5.28%, 하나은행의 '하나 변동금리 모기지론'이 연 4.262~5.562%,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은 연 4.39%부터 등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6일부터 새 코픽스가 반영되면서 금리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 같은 고금리 기조에는 높은 가산금리의 영향도 한 몫 한다. 실제 은행들의 평균 가산금리는 지난 6월 평균금리(7월 공시)를 기점으로 거듭 상승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5대 시중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담대(만기 10년 이상) 평균 가산금리는 6월 2.94%p 이후 △7월 2.964%p △8월 2.996%p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 관리 압박을 받고 있는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식으로 대출수요에 대응한 까닭이다. 이미 연간 대출한도 목표치를 도달한 은행도 더러 포착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NH농협은행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했다. 아울러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각각 95%, 85%를 기록해 목표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은행들로선 가산금리를 높여 수요를 차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 안정화를 강조하며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에 이어 시장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준비된 추가 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주담대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 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관리로 인해 금리를 높이는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에는 조달비용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이미 초과한 은행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은행들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대출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