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의 연말·연초 인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각 지주는 디지털 전환과 리스크 관리 강화, 글로벌 확장이라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조직 재정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는 총 8회에 걸쳐 각 주요 금융지주의 주요 계열사 인사전망을 순차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규모 금융사고, 범농협 조직 내 비위 등을 계기로 지난 10일 전면적 인적쇄신을 예고함에 따라,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연말 인사로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 △NH저축은행 △NH농협생명 △NH농협캐피탈 △NH벤처투자 △NH아문디자산운용 등 주요 자회사 CEO를 대거 교체한 바 있다. 조직의 '안정' 대신 '쇄신'을 택해 농협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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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대규모 금융사고, 범농협 조직 내 비위 등을 계기로 지난 10일 전면적 인적쇄신을 예고함에 따라,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 수장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농협금융지주 제공 |
하지만 인사 쇄신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대가성 금품수수 의혹, 농협은행 부당대출, 농협생명 리베이트 의혹, NH투자증권 부당이득 확보 등 농협 전반의 내부통제 및 임직원 도덕성 문제가 급부상한 까닭이다. 특히 지난달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의 이 같은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거론되며 질타를 받았는데, 이를 계기로 농협중앙회는 지난 10일 '전면적 인적 쇄신'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임기 중이었던 CEO나 올해부터 본격 임기를 시작한 CEO를 막론하고, 농협이 내세운 청렴성·도덕성·전문성 등 쇄신 기준에 따라 올해 12월 인사부터 임원급 인사를 대거 물갈이 하겠다는 것이다. 인적 쇄신 적용 대상은 중앙회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대표이사, 전무이사 등 상근 임원과 집행간부 총 100여명을 대상으로 하며, 경영성과가 부진하고 전문성이 부족한 임원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한다는 게 중앙회의 입장이다.
이에 단순 보장된 임기만을 놓고 볼 때 인적 쇄신이 예상되는 곳은 NH투자증권과 NH농협리츠운용 등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임정수 NH농협리츠운용 대표가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까닭이다.
특히 윤병운 대표의 연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NH투자증권은 최근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반'의 조사에서 내부 고위임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확보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상태다. 고위 임원이 IB업무를 총괄하는 과정에서 11개 종목의 공개매수 정보가 공표되기 이전에 지인 등에게 이 같은 정보를 전달하고, 2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편취한 혐의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 정보는 일반 투자자에게 공표되기 전까지 미공개 정보로 간주되며, 이를 이용해 매매에 나설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의 강력 처벌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영업실적만 놓고 보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윤 대표는 지난해 취임 직후 순이익을 전년 대비 24% 이상 늘렸다. 올해 3분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약 84% 급증한 2831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오랜 증권맨이자 내부 출신 IB 전문가답게 실적으로 그의 실력을 입증한 셈이다. 또 지난 8월1일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하면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인가를 신청한 공도 있다.
아울러 지주 이사회에 의해 선임되는 타 계열사와 달리 NH투자증권은 상장사로서 자체 이사회의 임추위를 개시한다. 실제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사장은 최대 실적 달성에 힘입어 3연임에 성공한 전례도 있다. 이에 윤 사장은 타 농협금융 계열사 CEO와 달리 연임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강태영 농협은행장의 자리도 위태롭다. 거듭된 내부직원의 대규모 금융사고 외에도 캄보디아 조직 범죄 자금 세탁 통로 의혹도 받는 까닭이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발생한 농협은행의 대출 관련 금융사고 10건 중 절반이 내부 직원의 소행이었다. 사고액만 293억원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한 지점의 여신팀장은 특정 감정평가기관이 선정될 때까지 44회에 걸쳐 감정평가 의뢰를 반복해 대출액을 부풀렸고, 이를 악용해 275억원의 과다 대출을 실행했다.
영업성적도 좋지 못했다. 농협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약 4.6% 줄어든 1조 5796억원에 그쳤다. KB국민·신한·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이 3분기에도 역대급 순이익을 거둔 것과 대조적이다.
이와 함께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NH농협생명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역 농·축협 보험 판매 실적 제고를 위해 20억원 규모의 핸드크림 세트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는데, 실제 납품은 5만개에 그쳤다. 또 납품업체는 농협생명 구매부서 간부의 여동생이 운영하는 피부관리숍 등 실체가 불분명한 '페이퍼컴퍼니'로 드러났다. 농협생명의 상위 기관인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는 이와 관련해 별도의 감사도 거치지 않았다.
여기에 영업성적도 고꾸라졌다. 올해 3분기 농협생명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4.9% 급감한 2109억원에 그쳤다. 이에 박병희 NH농협생명 대표의 거취도 불분명해진 상황이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이달 10일 범농협 임원 인적 쇄신안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에는 고강도 조직 개혁안을 발표했다. △신뢰받는 농협중앙회 △깨끗하고 청렴한 농축협 △국민에게 사랑받는 농협 등 3대 추진 전략을 토대로 세부적인 실행방안도 내놨다. 또 14일에는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의 일환으로 임원 보수체계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는데, △계열사 경영평가 변별력 확대 △경영성과와 보수 연동 강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경영손실 발생 시 보수 환수 기준 마련 △이연성과급제 전 계열사 확대 적용 등을 시사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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