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확대·자본비율 부담에 경영 전략 보수화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원화가치 급락)하면서 달러당 1500원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보이며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길어지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총력 대응을 하고 있지만 비슷한 수준에서 환율 '뉴 노멀'이 형성될 것이라는 쪽으로 시장의 예측이 수렴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원화가치를 둘러싼 다양한 관점과 고환율 시대에 불어닥칠 여러 파급효과에 대해 시리즈로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과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지는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은 전반적으로 보수적 운용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외형확대보다는 건전성 관리와 내실 다지기에 무게를 둔 방어적 운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과 고환율이 동시에 이어지는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은 전반적으로 보수적 운용으로 전환될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정부 주도 투자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대에 머물렀던 성장률보다 완만한 개선세가 예상된다. 다만 산업별 회복 속도에는 큰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성장률이 1.8%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면서도 "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4% 수준에 머물러 부문 간 회복 속도의 격차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및 관련 IT 관련 산업은 인공지능(AI) 호황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지만, 여타 산업은 수출 회복 효과가 일부 업종에 집중되며 회복세가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K자형 회복'이 심화될 것이란 것이다. 이에 이 총재는 "K자형 회복은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며 "신산업 육성을 통한 성장 기반 다변화 등 구조적 전환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특정 부문에 편중된 성장과 회복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큰 폭의 등락을 보인 원·달러 환율 역시 올해도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올 상반기 평균 환율이 1430원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최근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른 환율 수준에 대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올라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저성장·고환율 환율 환경은 금융권의 방어적 경영전략을 한층 강화시킬 전망이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화 조달 비용과 환위험 부담이 커지고,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금융권이 보유한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을 늘려 금융권의 위험가중자산(RWA)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며 주요 시중은행의 RWA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RWA 총액은 860조6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3%(21조2410억원) 증가했다. RWA가 늘어나면 보통자본주(CET1) 등 자본 규모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자본 비율이 하락하는 구조여서 금융사의 자본 비율 관리와 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공격적인 외형확장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춰,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과 자본 효율성 제고를 핵심 과제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환율 환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어적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은 외형 성장보다 재무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리스크 관리 역량이 금융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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