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6세 제한'이라는 규제 카드를 꺼냈다면, 한국은 디지털 시민성 국가교육이라는 교육 카드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차단이 아니라 역량이다. 미래 사회는 SNS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SNS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시민을 요구한다-

   
▲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최근 영국 정부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 제한을 추진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SNS 가입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과 숏폼 콘텐츠가 청소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그러나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과연 청소년 보호의 해답은 연령 제한에만 있는가.

필자는 2002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국가 정보화 정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당시 대한민국은 초고속 인터넷 보급과 전자정부 구축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정보화 국가로 도약하고 있었다.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사회의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인터넷 접근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정보격차 문제가 발생했고, 인터넷 사용이 확대되면서 인터넷 중독과 사이버 역기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전국민 정보화 교육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개소하고, 인터넷 정보통신윤리 강사와 인터넷중독 상담사 양성과정을 운영하였다.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적응을 함께 추진했던 것이다.당시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단순한 기술 보급이 아니었다. 정보접근 능력과 정보활용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건강하고 책임 있는 이용 문화를 형성하는 일이었다.

지금 AI 시대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AI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만들어내고 있다. 청소년들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 속에서 성장하고 있으며, 생성형 AI가 만든 정보와 허위정보가 뒤섞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과거 인터넷 중독이 사회문제였다면 오늘날에는 AI 의존, 디지털 과몰입, 온라인 혐오, 딥페이크 범죄 등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NS 이용 연령 상향 논의는 필요하다.그러나 연령 제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연령 기준을 높인다고 해서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회 가입은 계속될 것이고, 새로운 플랫폼은 끊임없이 등장할 것이다.중요한 것은 기술을 차단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다.

20여 년 전 정보화 시대의 과제가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해소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AI 시대의 과제는 AI 격차(AI Divide)를 해소하는 것이다.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격차보다 문화격차(Cultural Gap)이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사회적 규범과 윤리, 시민의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간극이 커질수록 사회적 갈등과 부작용은 확대된다.따라서 청소년 정책도 단순한 규제 중심에서 역량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SNS 가입 연령 문제를 논의한다면 동시에 디지털 시민성 교육도 국가적 수준에서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허위정보를 판별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온라인 공간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과거 정보화 교육이 전국민의 디지털 역량을 높여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AI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빼앗는 사회가 아니라, 스마트하게 사용하는 힘을 길러주는 사회이다.영국의 연령 제한 논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 역시 여기에 있다. "몇 살부터 사용할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건강하고 책임 있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AI 시대 청소년 정책의 방향은 규제와 보호를 넘어 역량과 시민성의 확장에 있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사회의 성숙도 함께 높여갈 때 비로소 우리는 AI 시대의 새로운 문화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미디어펜=편집국]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