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보다 더 큰 국익없어…국론 분열 봉합 초당적 협력 나서야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안보는 보수'라고 외치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사드 배치를 놓고 또 다시 '철수 정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사드 국민투표론'을 브렉시트에 빗대며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국민투표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새누리와 더불어민주당의 주장과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갈리자 안철수 의원은 슬그머니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안 의원은 정부의 사드배치 발표 후 줄곧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하다 12일 "사드 배치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국가적인 중요 사안"이라며 물러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드 배치는 첨단무기 도입과 관련된 사안으로 헌법 제72조(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에 따라 국민투표 부의 여부는 대통령의 결단 사안이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진영 논리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갈등, 중국의 경제제재 우려 등 국익과 반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안보보다 더 큰 국익은 무엇일까. 사드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균형감각을 상실했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익을 논하려면 사드 배치의 문제점만 부각하지 말고 이를 통한 외교 안보 이익도 감안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은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북한의 핵무장 등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 사드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사드 배치에 반대를 표시하며 국민투표나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국가적인 중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 갈등과 경제제재가 우려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주권국가로서 국가 안보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 외교 갈등은 초당적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 경제제재 역시 안보 제일주의 바탕 위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은 "유사시에 중국이 우리를 지켜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 대문 앞에 CCTV 선택하는데 왜 옆집 동의가 필요하냐"고 했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국회 비준 또는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는 안철수 의원의 주장은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위이다. 북 핵 위협 등 국가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당파적 이해를 앞세우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안철수 의원이 평소 주장해온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그의 소신과도 배치된다.

일각에서는 국가 중대사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보고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오죽하면 안 의원의 주장이 최근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물타기를 위한 여론 호도용이라는 설까지 나돌까.

정치권의 논란이 뜨거워질수록 사드를 둘러싼 괴담도 늘어나면서 국민들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일부 선동 정치인들과 비전문가들이 진실과 거리가 먼 허위 또는 잘못된 논리가 사실인양 호도되고 있다. 사드를 둘러싼 괴담과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사드 배치를 강행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경제적 보복 조치를 받게 된다?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는 공격용 무기체계가 아니라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용으로만 운용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한국의 군사적 주권을 침해하는 큰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 경제제재 역시 일방적 피해가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입는 상대적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어 쉽지 않다."

-사드 레이더가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대부분 군사용 레이더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안전거리는 100~120m 정도다. 사드 레이더는 원거리 탐지를 위해 상당히 높은 지형에 최저탐지 고각(5도) 이상 운용된다. 또한 발사대와 거의 500m나 떨어져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한국에 배치하는 무기체계는 한미상호방위조약(제4조, 한국 영토에 미국의 육·해·공군을 배치할 권리를 부여)에 따라 이뤄진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를 받거나 국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굳이 국회 동의나 국민투표를 원한다면 한미 방위조약 제4조를 개정하는 게 먼저다."

-사드 배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한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 등을 제공한다. 사드 운용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게 된다. 2018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미국이 비용 분담을 요구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다. 안철수 대표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려면 날로 위협이 커지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수 있는 대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신의 한 수'로 일컬어지던 브렉시트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유력 대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국론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안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사드 배치를 놓고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진 국론을 봉합하는 것이 먼저다. 사드 배치 예상지의 들썩이는 민심과 님비로 똘똘 뭉쳐진 고질병부터 치유해야 한다. 정치인이기 전에 의사였던 그의 진단과 처방전이 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병을 깊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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