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23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과 관련된 메모 공개에 대응, 반박하는 자료를 내고 진압에 나섰다. 

송 전 장관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결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미 노무현전 대통령이 결정한 뒤 북한측의 반응만 알아봤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 후보 측 김경수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안보·남북관계 관련 기록과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참여정부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 범위 자료를 밝힌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11월 16일 노 대통령 주재 안보정책조정회의 발언 자료 발췌본 ▲11월 18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 외교안보 간담회 배석자의 기록 ▲11월 18일 외교안보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 주요 내용 등 3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관이었던 김 대변인에 메모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1월 16일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양보를 해라. 장관 말이 백번 맞는데, 상대방 반응을 예측할 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에는 제재고, 이번에는 다시 원위치로 돌아와서 북에 대해 내정간섭 안 하기로 약속을 해놔서, 판버릴까 해서 못하겠다고 봐 달라고 해라. 국제정치보다 국내에서 건수 잡았다고 얼마나 조져댈지 귀가 따가운데…"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하자"고 정리했다.

11월 18일 자료는 회의에 배석했던 박선원 당시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의 기록으로, 이 자리에서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이 "지난 11월 15일 조정회의에서 이견이 갈려서 16일 VIP께 보고드렸으나, 의견이 갈려서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김 대변인은 "11월 16일 노 대통령은 결의안 기권을 결정했고 18일 회의에서 16일 노 대통령이 기권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여부를 결정했다는 주장이 명백한 허위사실임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23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과 메모 공개로 유엔의 대북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 결정을 했다는 주장에 반박하는 자료를 공개하며 진압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자료로 제시된 11월 18일 간담회에서 논의된 대북 통지문을 요약하면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에 상정된 과정과 인권결의안 내용을 완화시키기 위해 외교부가 노력한 점, 10·4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외교부의 역할을 설명하고, 둘째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간에 10·4 남북정상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적극 실천해나간다는 우리의 의지는 분명하며 남북 간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임'이라는 내용이다.

김 대변인은 "이런 내용의 통지문이 11월 19일 북한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료에서 인권결의안 논란의 핵심쟁점이었던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허위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 과정에서 문 후보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후보에 대한 거짓말 공세는 또 다른 색깔론으로, 비열한 색깔론 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송 전 장관은 21일 참여정부 당시 유엔 북안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담은 자신의 회고록 내용에 있는대로 당시 정부가 사전 확인한 북한 입장을 담은 관련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앞서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당시 정부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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