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대한민국의 시선이 5월 9일로 향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는 모두 1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모든 후보가 대한민국의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늘고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대내외 환경은 긴장의 연속이다. 한반도 긴장 고조,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여건 악화로 우리 경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디어펜은 주요 대선후보의 경제공약이 국가 경쟁력 향상과 국민 선택권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재벌개혁, 경제활성화, 가계부채, 금융개혁, 부동산, 일자리, 미래먹거리 등 7개 부문에 걸쳐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대선 경제공약 분석⑥]-일자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3일 앞으로 다가온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대선후보들 역시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일자리 정책이다.
청년층과 장년노인층이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세대대결을 이어가는 가운데, 후보들은 다양한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면서 유권자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문제는 장밋빛 미래의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들 모두 재원을 조달하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 미흡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후보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19대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사람중심 경제–국민성장’의 기치 하에 정부와 공공부문이 주도하여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기업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기치 하에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법인세 등 조세감면을 병행하고 남는 재원으로 기술창업·U턴기업·서비스산업의 활성화를 꾀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최대 2년간 총 1200만원을 지원하면서 공정한 보상시스템 구축으로 임금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창업하고 싶은 나라 공정한 시장경제’를 강조하면서 창업교육 지원 확대와 비정규직 채용제한을 통한 안정 고용을 제시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공공부문·사회적경제일자리와 노동시간 단축 등 문 후보와 유사하게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했다.
후보들의 이러한 일자리 공약을 시행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 후보는 청년 실업을 포함한 일자리 대책의 재원을 정부 예산 자연 증가분(연간 16∼17조 원)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 구체적인 계산법에 있어서 전문가들 추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 후보는 주요 공약인 ‘81만개 공공일자리 확대’에 소요되는 재원을 공무원 부문 3.4조원(연간 17만4000명-7급7호봉 수준), 공공기관 부문 8000억원(연간 64만명)이라고 밝혔으나, 공무원 실제연봉(3500만원)을 적용해서 이를 추정하면 공무원 부문의 인건비만 연 6조원이 들어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부문 8000억원을 64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평균 연간 125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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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오른쪽)./사진=연합뉴스 |
홍 후보는 일자리 창출에서 민간의 역할을 내세우지만 기업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에 소요되는 예산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고, 안 후보의 경우 매년 17조 원 가량의 정부 일자리 관련 예산을 조정해 고용보장정책 시행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후보들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 대해 “지속가능성과 비용 대비 효과에 한계를 보인다”며 “민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그 동안의 먹거리는 점차 소진되고 있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라면서 “가계부채는 경기회복을 짓누르고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실업은 세대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며 실업문제의 본질적 측면을 지적했다.
정부 재원에 의존하지 않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 예산은 시민 혈세로 마련된 재원이다. 퍼서 쓸수록 메마르는 샘이다. 이를 통해 임시로 생기는 일자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속가능하게 선순환하는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지 후보들의 보다 깊은 고민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일자리 공약 시행을 위한 재원의 확보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 재원에 의존하지 않은 민간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경제활성화 조치를 최대한 취해야 한다.
현행 한국경제에서 일자리 환경은 악화되어 가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생산성 향상과 신규 투자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고 대신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노동 투입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저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의 질적인 측면에서 제로(0)포인트 성장에 가까울 정도로 정체되어 있다는 분석인데, 세계은행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2010년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 방식이 50년 전인 1960년대 수준으로 퇴보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정혁 서울대 교수와 세계은행이 공동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2000년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은 산업고도화 등 질적 개선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었으나 2010~2014년 들어서는 상황이 바뀐다.
보고서는 “생산성 향상과 기업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 투입 증가를 통해 2%대 성장을 겨우 이루었다”면서 “현재의 한국경제가 2000년대와 별 차이 없는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해 몸을 때우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늘렸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실제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과는 거리가 있는 ‘질 낮은 고용’ 형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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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준포 자유한국당 후보(왼쪽부터)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사진=연합뉴스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일자리와 관련해 “국가가 공무원을 대폭 늘리면 실업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정책 사고는 허구”라면서 “1명의 공무원을 충원하려면 그 공무원의 생계를 세금으로 책임져줄 10명의 일자리가 시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빈곤에서 벗어나 번영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이며 그 길은 안정적인 정부, 예측 가능한 법률, 부당한 과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와 더불어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경제학자로 꼽히는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보고 사하라 사막을 맡아서 관리하라고 하면 5년만에 모래가 동이 날 것”이라면서 가리지 않고 허비하는 ‘큰정부의 속성’을 지적했다.
국민 1인당 10만원의 1회성 혜택을 주려해도 5조원이 소요된다. 하물며 정부가 세금을 들여 지속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하나를 만들려면, 연간 5000만원이 아니라 향후 40년간 총 20억원 이상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군살을 빼야 새살이 돋아난다. 경제는 일종의 생물이다. 일자리 또한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부 재원을 투입하면 몇 년 지나 사라질 저부가가치 일자리만 형성된다.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제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다. 일자리는 그에 따른 결과다. 마차(일자리)가 말(기업)을 끌 수 없듯이 말이 마차를 끌도록 해야 한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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