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정부와 재계가 높게 쌓았던 벽을 점차 낮추고 있다. 재계를 향해 잇달아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던 새 정부는 다소 누그러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긴장의 고삐를 풀지 못하고 있는 재계도 정부 정책에 원론적으로 찬성하며 화답하고 있다.
재계는 이달 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관계 형성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가운데 50여명의 경제 사절단이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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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재계의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될 예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소의 수장은 물론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대한항공 등의 총수, 최고경영자(CEO)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재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숨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계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속앓이가 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강공 모드’에서 한걸음 물러난 유화책을 쓰고 있다.
김 부총리는 전날 취임식에서 규제 강화에 대해 기업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기업들은 불안해하실 필요가 없다. 공정한 시장 경제의 룰 위에서 하는 기업 활동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 역시 “재벌개혁은 정교한 실태조사를 기초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서두르지 않고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재계는 새 정부의 재벌개혁 강도와 방법, 공정위의 재량권 확대 등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재계도 정부정책에 화답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 등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접촉하면서 냉랭하던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상공업계 역시 일자리 창출을 가장 보람있는 사회 책무로 생각한다. 경제계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와 재계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달 말 대통령 방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간담회와 주요 행사를 통해 양측이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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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트럼프 대통령 페이스북 |
정부는 이번 대통령 방미 기간 중 여러 경제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공론화 하고, 우리 수출기업에 대한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들어가는 등 전방위 압박 카드를 꺼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마을을 돌리기 위해 방미 경제사절단은 선물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가전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공장 후보지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 SK, 롯데 등도 추가 투자나 고용확대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새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방미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며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기업들은 문재인 대통령, 미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현지 투자‧고용 확대 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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