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광성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5일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한 것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응징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북한이 무력도발을 하면 우리도 즉각 무력시위 등으로 응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은 문 대통령이 전날 외교라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했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받아들여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은 물론 대북 태세에서 우리정부의 주도권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대해 대부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규탄 성명을 내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IC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언하는 등 도발의 수위를 높인 만큼 규탄 성명 정도로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 보다 강도 높은 대응책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전날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무력도발은 원천봉쇄한다는 원칙을 확고히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청와대 안보실과 국방부 등이 대응 방안을 검토해 여러 대안을 보고했으며, 문 대통령이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이 무력시위라는 대북 강경책을 펼친 것은 북한에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을 거듭 주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레드라인을 넘어서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무력시위보다 더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예고 차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의 만남에서 "북한이 한미정상이 협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이뤄진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는 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훈련 시행을 지시했으며, 정 실장은 4일 오후 9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연합 무력시위를 제안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우리 측의 연합 무력시위 제안을 받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측 제안에 전격 동의했다.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 무력시위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있어서 한미가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지정한 레드라인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워싱턴 D.C. 주재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련 질문에 답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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