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있나.’, ‘한미간에 어떤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증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어떤 구상이 있나.’ ‘부동산 정책 로드맵과 보유세 인상 계획은 있나.’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출입기자들의 질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핵 문제와 부동산 대책, 증세 방안, 개헌, 한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먼저 최근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미간 정보 공유는 얼마나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최근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도록 강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우리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며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서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그 모든 옵션에 대해서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그렇게 약속한 바 있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이 달라 보인다는 지적에도 “한미간 목소리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가하는 압박도 한미간 충분히 소통하고 합의해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도발 이후 언급한 레드라인(대북정책에 있어서 정책 전환의 기준선)에 대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 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서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멈춰야만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화의 여건이 갖춰지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된다면 그때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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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부동산 대책, 증세 방안, 개헌, 한일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혔다./사진=청와대 제공 |
문 대통령은 이어 경제 분야 질문을 받으면서는 검정 플러스펜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아 적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 제기나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복지정책의 재원 문제에 대해 답하면서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복지정책은 지금까지 발표한 증세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조간신문에 보도된 '산타클로스 정책'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증세를 통한 세수 확대만이 유일한 재원대책이 아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재정지출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서 세출을 절감하는 것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 관련 질문을 받고는 3∼5초가량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를 기미가 보일 때를 대비해 정부는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 속에 많이 넣어두고 있다”면서 지난 8.2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역대 가장 강력한 대책이어서 부동산 가격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정부동안 우리 서민들을 괴롭힌 미친 전세, 미친 월세, 높은 주거임대료 부담의 해방을 위해서도 부동산 가격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직접적으로 질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탈원전 공론위원회 관련 질문을 받은 문 대통령은 “지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결코 급격하지 않다”며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지금 건설 중에 있는 원전의 수명이 60년이므로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데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 문 대통령은 “그 시간동안 LNG라든지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대체에너지를 마련해 나가는 것은 조금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전기요금에 아주 대폭적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 언론 기자의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완벽하게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일본 NHK 기자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강제징용은 노무현 정부 때 한일기본조약에서 해결된 문제”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회담(1965년) 이후 알려져 다뤄지지 않았고, 한일회담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강제징용에 대해서는 “양국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자 개인이 상대회사에 가지는 민사적 권리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 한국 헌재나 대법원의 판례”라며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한편, 이날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는 내신 기자 189명과 외신 기자 28명이 참석했다. 유형별로는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6건, 정치 2건, 경제 2건, 사회·지역 분야 5건 등으로 나뉘었다. 이 가운데 뉴스통신사 1곳, 방송사 4곳, 종합지 1곳, 경제지 2곳, 지역지 3곳, 인터넷매체 1곳 등 국내 언론사 12곳의 질문기회를 얻었다. 외신 가운데에는 미국 CNN과 NBC, 일본 NHK 등 3곳이 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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