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의 초기 파격적 인사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김명수 대법원장 지명은 대통령 주도의 사법부 개혁을 예고해 견제 기능은 물론 사회 균형이 깨질 우려를 낳고 있다.
김 후보자가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3·4대 조진만 전 대법원장 이후 49년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이 탄생하게 된다. 법원장이 곧바로 대법원장이 되는 것은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김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경력이 없다. 이런 점이 사법의 관료화를 막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문 대통령의 뜻만 좇는 사법부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염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당적에 상관없이 보수‧진보 균형인사를 하는 것은 사법부의 이념화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사회의 균형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사법부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보편적인 것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목적과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회장을 맡았던 우리법연구회가 ‘사법부의 이념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해체된 조직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맹공격하고 있다. 청와대의 인사 발표가 있었던 21일 강효상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낸 김명수 후보자는 그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회장까지 지냈으며, 최근 ‘제6차 사법파동’의 배후라는 지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대법원의 판결을 뒤집으면서까지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에 반발하는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일은 보수‧진보 간 강하게 부딪치는 예민한 사건에 있어서 편향된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지난 2015년 당시 해직 교원이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노조의 지위를 박탈하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하자 전교조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지만, 헌법재판소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하고, 곧이어 대법원도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항소심 재판부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김명수 판사는 다시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밖에도 김 후보자는 삼성그룹 노조 탄압 사건에서 1심 재판부의 “노조 간부 부당해고” 판결을 인정했고, 축구부원으로서 훈련을 받던 중 장애를 얻은 10대 남학생에게 “학교가 치료비 2억900여만원을 지급”하게 하는가 하면, '오송회 사건' 당시 "피해자와 가족 등 33명에게 위자료와 이자 등 15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등을 내렸다.
지난해에는 검찰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자유한국당 김진태·염동열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세우는 데 사실상 관여했다. 지난해 4.13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두 의원이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자 김 후보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던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춘천시선관위가 이에 불복하는 재정신청을 냈고, 서울고법은 이를 받아들여 두 의원에 대해 공소제기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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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지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사진은 대법원 정문에 있는 법원기./사진=연합뉴스 |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이 되면 기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내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양승태 대법원장보다 김 후보자는 무려 13기수 아래인 점을 감안할 때 그가 대법원장이 되면 내년 7월까지 교체되는 9명의 대법관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대법원 구성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 13명 대법관 중 9명(고영한·박상옥·조재연·김신·김용덕·김창석·조희대·권순일·이기택)이 김 후보자보다 연수원 선배이고,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대법관 13명에 대한 임명 제청권은 물론 법관 3000여명의 임명권과 승진·전보 권한을 갖고 있으며 재임용 여부도 결정하게 된다.
헌법재판관 3명,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3명, 중앙선거관리위원 3명에 대한 지명권도 행사하며,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는 것은 물론 1만5000여명의 법원공무원 인사까지 결정한다. 인사뿐 아니라 사법부 조직 관리, 예산‧회계, 시설관리 등도 결정하며, 중요한 사무는 대법원장이 대법관회의의 의결을 거쳐 처리한다.
김 후보자가 급진적인 개혁안을 수용하지 위해 자신의 권한을 지나치게 남용한다면 그가 평소 비판해온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반복하는 것이 된다. 또 평소 ‘법관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그가 법관의 세대교체를 한다는 명분으로 편향된 인사를 단행할 때 사회적으로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큰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남아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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