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살충제 달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자질 논란을 빚은 류영진 식약처장이 이번엔 식약처 직원 탓을 해 도마 위에 다시 올랐다. 청와대는 24일 류 처장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류 처장은 지난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첫 출석해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식약처의 ‘살충제 계란’ 부실 대응을 질책한 것을 두고 ‘짜증’이라고 말한 것으로, 비판이 확산되자 류 처장은 “충실하지 못한 답변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류 처장은 다음날 국회에서 또 한 번의 말실수로 야당의 집중적인 해임 요구를 불러왔다.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국무총리에게 ‘짜증냈다’는 표현을 쓰고, 식약처장이 일반 국민보다 모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질타하자 류 처장이 “식약처 직원들이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 조직을 개선시키겠다”고 답한 것. 

박 의원은 “지난번 답변에서도 ‘직원이 보고를 해서 그랬다’고 하더니 본인 잘못을 직원에게 돌리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안 된다”며 “자진 사퇴하라”고 재차 질타했다.

이날 여당도 식약처에서 성인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하루에 126개까지 먹어도 무해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류 처장을 질타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계란을 몇개까지 먹어도 안전하다는 발표를 꼭 했어야 했느냐”며 “정부의 그런 발표가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 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자 야 3당 지도부는 류 처장에 대한 해임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가 책임총리답게 류 처장을 ‘해임건의안 1호’로 제안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류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지역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며 “대통령 측근을 챙기느라 국민 생명을 팽개칠 순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류 처장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 초대 해수부장관에 임명됐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떠올리는 여론도 많아졌다.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을 때 우물쭈물하는 모습에서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된 것이 드러나고, 당황한 나머지 실언을 내놓거나 엉뚱하게 웃기까지 하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류 처장은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적합 달걀 들어간 업체가 몇 개냐"는 박완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정확한 건 자료 좀 보고...”라면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박 의원이 “두 군데죠”라고 다시 묻자 누군가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잠깐, 아홉 군데 (라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간부들이 23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으로부터 살충제 계란 파동 관련 질타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류 처장은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리 지침을 받거나 사퇴 종용을 받은 일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웃으며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지금 웃음이 나와요?”라며 불쾌해했다. 
 
국회의원이 던지는 질문에 엉뚱한 미소를 내놓는 모습도 류 처장과 윤 전 장관이 비슷하다는 말이 나온다. 

2013년 4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 전 장관은 김춘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산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십니까?”라고 묻자, 웃음을 터뜨리면서 “네”라고 했다가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라고 했다. “GDP 성장이 얼마나?”라는 물음에는 “GDP 성장요?”라고 되물어 김 의원으로부터 “고민을 하세요”라는 질타를 받았다. 

같은 해 10월 해수부 국정감사에서는 실무진들의 도움을 받아 답변을 하다가 예산을 잘못 말하는 과오를 범했던 윤 전 장관은 결국 취임 10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리고 지금 여의도에서는 류 처장을 두고 ‘제2의 윤진숙’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